지난해 조선, 해양 등 우리나라 주축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든든한 버팀목은 메모리반도체였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도 상승했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도시바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올해에는 국내 2개 기업이 메모리에서만 사상 최대인 30조원의 이익이 예상되는 등 최대 호황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의 한 국영기업은 자회사를 포함 최근 열 달 새에만 총 63조원의 메모리반도체 투자계획을 내놨다. 메모리반도체는 지난 1990년대만 해도 30여개의 기업이 활동했으나 최근에는 4개 기업에 불과하다. 생산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업들은 매년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야 하지만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메모리 특성상 불황기를 버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선두기업들은 제조 노하우를 바탕으로 불황시에도 흑자를 냈지만 후발기업들은 큰 적자를 내면서 하나둘씩 사업에서 철수했다. 1990년대 일본기업, 2000년대 수십조의 투자를 집행한 대만기업들이 사실상 메모리사업을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역사를 충분히 지켜본 중국이 왜 메모리 사업에 뛰어들까. 바로 지능정보기술로 이를 극복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 초연결로 향상된 생산성이 기존의 생산요소인 노동, 경험, 자본 등을 압도한다. 메모리의 경우 설계 능력도 중요하지만 수백 대에 이르는 생산 장비를 최적화해서 최고의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제조 노하우가 승패를 좌우한다.

국내 기업들은 수십 년간 이러한 노하우를 익히고 쌓아 후발기업을 따돌렸다. 그러나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기술은 인간대신 스스로 테스트하면서 노하우를 습득하고 최적의 제조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중국이 일본, 대만의 실패에도 뒤늦게 메모리분야에 뛰어든 이유는 우리나라보다 지능정보분야에서 한발 앞서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 더 이상 산업의 경쟁력은 기존의 제조, 제품 노하우에 좌우되지 않는다. 우리가 자랑하는 제조 경쟁력은 지능정보기술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이 도입되면 우위를 자신하기 힘들다. 제조의 예술이라는 메모리도 사정권이다. 제품 역시 식물과 같은 수동적인 제품에서 동물과 같이 능동적이면서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수동적인 식물과 같았다. 그러나 지능정보기술이 탑재된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들과 소통하며 스스로 간격을 조절한다.

다행히 정부는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등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에 국력을 모으고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지능정보사회로의 전환도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만 지능정보가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까지 큰 변화를 초래하는 만큼 사회 구성원 전체의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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