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열흘 앞두고 썰렁한 분위기 젊은층 외면 풍조에 근심만 가득 상인들 “다음주엔 오겠죠” 기대감 “차례 지낼 건 만원, 좀 작은 건 7000원.”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20년 가까이 건어물 장사를 해온 장모(51) 씨가 건가자미가 담긴 소쿠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소쿠리엔 건가자미 10마리 가량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팔리지 않고 거의 남아있는 모양새였다. 장 씨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어요”라며 “아직 설까진 좀 남았으니깐 더 지켜봐야죠”라고 했다.
설 연휴를 열흘 남짓 앞둔 지난 16일 기자는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안을 둘러봤다.
재래시장은 한산했다. 설 분위기가 나려면 아직 이른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썰렁했다. 설 차례상을 염두에 둔 손님은 간혹 보였다. 남대문시장의 한 청과물 가게 앞을 지나던 주부 유은희(47) 씨는 “사실 집 앞에 대형마트가 있긴 한데 설 차례상 보려면 음식이 한두가지가 아니니깐 조금이라도 싼 시장에서 장만하려고 나와봤다”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이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설 차례상 물가는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더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설 명절에 수요가 많은 25개의 가공ㆍ신선식품의 가격을 분석한 결과, 지난 13일 기준으로 전통시장 물가는 백화점ㆍ대형마트보다 최고 34% 가량 저렴했다. 백화점에서 신선식품 등 25개 품목을 모두 구입하는 데에는 29만2680원이 든 반면 전통시장에선 19만3504원이 들어 10만원 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남대문시장의 한 수산업체 관계자는 “사람이 많이 줄었는데 특히 젊은사람이 안온다”며 “대부분이 마트에서 가격표 붙은 상품에 익숙해져 상품조차 구분을 잘 못한다”고 했다.
시장 내 한 정육점 주인 역시 “장사 안된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되는데 이 코너에만 정육점이 3개가 있다. 다들 힘들어 죽으려고 한다”며 “아무래도 요즘 사람들은 깨끗하고 주차장도 잘된 대형마트 등에서 상품을 사려고 하지. 누가 재래시장 오겠냐”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을 통해 많은 시장이 깔끔해지긴 했지만, 대형마트에 비해 여전히 낙후된 재래시장 시설 탓에 발길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불경기와 높아진 물가 탓에 상인들은 더욱 고통스럽다. 남대문시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무슨 상품이 잘 나가야 잘나간다고 말을 해주는데 다 안나간다. 어제 오늘해서 딸기 한 팩도 못팔았다”며 “과일 장사가 너무 안되니까 가래떡도 구워팔고 군고구마도 팔고 있는데,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추가루 등과 조미료를 판매하는 안모(55) 씨도 “오늘 날씨도 춥고 해서 좀 (고객들이) 적은 편인데 다음주 되면 그래도 많이 오시지 않겠나”라며 “그래도 예전만은 못하다. 지난번 추석 때도 사람들이 많긴 했지만 요즘 워낙 음식들을 많이 안하기도 하고 해서 옛날보단 많이 줄었다”고 했다.
구민정ㆍ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