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을 푸드앤비버리지 매장 채워 -‘리테일+엔터테인’ 대형서점 추구 -책 향수 느끼러 온 고객은 실망도 -“어쩔수가 없는 시대흐름” 의견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14년만에 부활한 종로서적이 옛날과는 완전히 다른 운영방식으로 시선을 끌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젊어졌다’는 것이다. 대형서점에 엔터테인먼트를 결합, 신세대를 끌어들이려는 전략이 서점 곳곳에묻어나온다. 예전의 종로서적이 ‘책의 향기’에 초점을 뒀다면, 새로운 종로서적은 리테일테인먼트(리테일과 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ㆍ체험형 유통매장)를 표방하면서 젊은 세대를 껴안고 있는 것이다.
지난 1907년 서울 종로2가에 문을 연 종로서적은 대형서점의 효시였고, 1980년대 생긴 영풍문고, 교보문고와 함께 종로의 상징이었다. 그렇지만 시대가 흘러 인터넷 서점 등장과 함께 경쟁에서 밀려나 2002년에 문을 닫았다. 이후 14년만에 종로서적판매㈜ 서분도 대표가 같은 자리에 문을 연 것이다. 당연히 ‘추억의 대형서점’이니, 과거 속의 책방 문화를 만끽하기 위해 중장년층도 모여들고 있다.
하지만 옛날 책방은 아니다. 매장의 절반을 푸드앤비버리지(Food&BeverageㆍF&B) 매장으로 채웠고, 그만큼 장서 공간은 줄어들었다.
그래서 옛 추억을 만끽하려 찾아온 시니어층은 바뀐 분위기에 실망감도 토로하기도 한다. 옛 종로서적을 이용해왔다는 김모(74ㆍ서울 동대문구) 씨는 “음료와 식품 매장이 서점에 들어오니 추운 날씨에도 여러가지를 즐길 수 있어 좋다”며 “하지만 서점에 너무 많은 브랜드가 들어오니 정신이 없고, 솔직히 옛날 정서가 사라져 아쉽다”고 했다.
인근 직장에 다니는 홍순현(49ㆍ경기도 성남시) 씨는 “반디앤루니스가 없어진다고 해서 아쉬웠는데, 그 자리를 종로서적이 채워준다고 하니 좋다”면서도 “생각보다 장서수가 많지 않은 것 같아 대형서점 답지 않다”고 했다.
실제 기자가 둘러본 종로서적에서 그토록 찾았던 철학고전은 철학코너를 아무리 뒤져도 발견할 수 없었다.
지난달 23일 종로타워 지하2층에 문을 연 종로서적은 기존에 이 자리를 썼던 반디앤루니스 매장의 약 절반가량만을 점유하고 있다. 장서수는 6만종 10만여권이다. 인근 영풍문고 종로점의 장서수가 43만권인데, 종로서적은 4분의1 규모 밖에 되지 않는 셈이다.
매장 나머지 부분은 공차(Gong Cha), 주시브로스(Juicy Bros) 같은 F&B 코너로 채웠다.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위층에는 스시히로바, 애슐리, 이디야, 세븐일레븐과 같은 외식 프랜차이즈ㆍ유통 매장들이 들어섰다.
매장이 작은만큼 인기가 떨어지는 고전이나 교양서적들의 숫자가 부족했다. 사회학, 철학, 동양철학과 같은 일부 코너는 분야별로 성인 남성 가슴높이의 5줄짜리 책장 하나씩만을 점유하고 있었다. 장서수로는 약 150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많은 장서를 보유하면서 지식과 문화의 공간으로 이름을 날렸던 종로서적의 옛모습과는 달랐다.
이런 매장 구성은 불황에 시달리는 서점업계로선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서점업계에선 리테일테인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초대형 책상을 설치한 광화문 교보문고가 대표적이다. 교보문고는 책상을 설치하며 장서를 일부 뺐지만 매출은 되레 증가했다. 대형 서적 도매업체인 송인서적이 1차 부도를 낸 것과도 관련이 큰 불황이다.
젊은 층의 반응은 장년ㆍ노년층과 사뭇 달랐다. 성현준(20) 씨는 “종로서적이 생겼다고 와 봤는데, 책도 보고 먹을거리가 많아 좋다”며 “몇시간이고 여기서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서점의 생존 방향이 부활한 종로서적에 투영된 것으로 본다”며 “세상이 바뀌었으니 책방 분위기도 변화한 것”이라고 했다.
종로서적 측도 새로운 개념의 매장 구성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며 고객 호응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건물주의 선택에 의해 이런 매장구성을 갖게 됐다”며 “종로서적은 책코너와 옆에 달린 문구점 뿐, 나머지는 건물주가 입점시킨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