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스로 바뀐지 6개월된 맥도날드 종로2가점에는 학생들만…

-다른 노인들은 인근 맥도날드 종로3가점, 저가형 커피숍으로

-옛날 맥도날드 1000원짜리 커피와의 하루 추억은 옛일로 남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웃음 소리로 북적이던 매장에서는 잔잔한 음악소리만이 흘러나왔다. 딱딱했던 테이블과 의자는 푹신한 소파의자로 바뀌었고, 자극적인 햄버거 냄새 말고 은은한 커피향기가 맴돌았다. 옹기종기 모여앉아 커피 1~2잔만을 시켜놓던 노인들 자리는 이어폰을 끼고 책을 편 젊은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2016 연말 풍경은 이처럼 예전과 달랐다.

지난 28일 기존에 맥도날드 종로2가점이 자리했던 할리스 커피 종로본점에 다녀왔다. 이곳은 지난 6월 맥도날드자리에 입점한 국내 매장 중 455호점 할리스 매장이다. 현재 할리스 커피는 1~4층까지 꼭대기만 뺀 건물을 차지하고 있다. 전층은 푹신한 소파와 함께 스터디 좌석이 구비돼 있다.

[사진설명=할리스 커피 종로 본점 3층 모습. 많은 학생들이 스터디 좌석에 앉아서 어학공부에 매진하는 모습.]
[사진설명=할리스 커피 종로 본점 3층 모습. 많은 학생들이 스터디 좌석에 앉아서 어학공부에 매진하는 모습.]

이전에 이 자리를 차지했던 맥도날드는 지난 6월 문을 닫았다. 1988년에 문을 연 국내 2호 매장으로 '맥도날드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불렸지만, 기존 임대계약이 종료되며 이 자리에서 나갔다.

▶오픈 6개월, '확 바뀐' 매장 구성=새로 오픈한 할리스 매장에는 고객들도 이전과 다르게 변했다. 맥도날드 시절에 매장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할아버지들이 대부분 종적을 감췄다. 대신 매장에는 인근 학원에서 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매장에 있던 60여명의 손님들 대부분이 학생이었다. 이들은 각자 중국어, 영어, 일본어 등 두꺼운 책을 펴놓고, 저마다 이어폰을 낀 채 학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 매장 3층의 스터디 카페는 공부족들에겐 가장 인기가 높은 장소인듯 보였다. 푹신한 소파자리에는 넓은 책상과 함께 스탠드가 하나씩 배치돼 있다.

매장에서 만난 학생 정재현(26ㆍ서울 광진구) 씨는 이 자리들은 아침에 일찍 오지 않으면 맡지 못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근방 카페는 방학만 되면 가득 차는 편"이라며 "할리스가 크기를 키워 스터디카페 콘셉트로 들어오니 공부공간이 많아져서 좋다"고 했다.

이런 모습은 과거 맥도날드 매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맥도날드 2호점 시절 이곳은 '어르신들의 메카'라고 불렸다. 노인들이 많이 찾는 허리우드극장과 탑골공원이 인근에 위치했기 때문에 노인들이 많이 방문했다.1000원 남짓했던 맥도날드 커피는 노인들이 가장 즐겨먹던 음료였다. 추운날이면 뜨거운 커피한잔과 함께 추위를, 더운 날이면 냉커피 한잔에 더위를 이겼다.

[사진설명=인근의 허리우드 극장의 모습. 이곳은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장소로 인근 상권이 중장년층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사진설명=인근의 허리우드 극장의 모습. 이곳은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장소로 인근 상권이 중장년층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

할리스가 들어오면서 이 자리에서 판매하던 커피가격은 1000원에서 5000원 이상으로 올랐다. 그만큼 노인들의 발길도 뜸해졌다.노인들이 오긴 하지만 이전만큼은 아니다.

한 매장관계자는 “노인들도 오시지만, 대부분이 학생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스터디 카페와 같은 형태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며 “인근 학원에서 어학을 배우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노인들은 인근 맥도날드, 저가형 커피숍으로=노인들이 옮겨간 곳은 인근 맥도날드와 저가형 커피숍 매장이다.

이제 1000원짜리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가까운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날드 종로3가점이다. 매장은 2층 규모에 테이블도 20개 남짓이라 많은 손님이 들어올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날 많은 손님이 매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날 방문한 종로3가점에는 많은 노인들이 앉아 매장에서 추위를 녹이고 있었다. 3~4명씩 테이블을 가득 채운 노인들은 커피를 1~2잔씩만 시켜놓고 있었다. 일부는 상품을 일절 주문하지 않았다. 오밀조밀 앉은 노인들 사이로 매장에서는 “롯데리아는 문을 닫은지 오래됐다”며 친구에게 “커피를 마시러 맥도날드로 오라”는 한 노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건너편의 롯데리아 종로3가점과 인근의 맥도날드 종로2가점이 문을 닫으면서 이곳은 1000원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됐다. 그러다보니 매장은 항상 만원이다. 일부 노인들은 명동과 을지로의 매장으로 옮겨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종로3가점에 머무른다.

[사진설명=탑골공원 인근의 저가형 커피숍에서 노인들이 커피에 시럽을 뿌리고 있는 모습.]
[사진설명=탑골공원 인근의 저가형 커피숍에서 노인들이 커피에 시럽을 뿌리고 있는 모습.]

탑골공원 인근의 저가 커피숍 매장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받아 시럽을 넣기 위해 시름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세 명의 노인이 한곳에 모여 생소한 형태의 시럽통을 활용하기 위해 애를 먹고 있었다. 일행중 한 노인은 “몇번 써봤는 데도 어렵다”며 “샴푸통 형태의 맥도날드 시럽통은 쉬운데 이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설명=허리우드극장 인근의 한 국밥집.]
[사진설명=허리우드극장 인근의 한 국밥집.]

이날 오후 6시, 탑골공원 뒷편 국밥집과 포장마차, 이발소에는 어디갔다 왔는지 예전처럼 많은 노인들이 모여 들었다. 탑골공원 뒤편의 국밥집에서 식사를 하던 노모(65ㆍ서울 노원구) 씨는 “나이든 우리가 1000원씩 내고 앉아있던 장소가 사라진 건데 아쉽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인들이나 친구들이나 다들 종로3가에서 만나는데 음식 가격이 저렴한 이곳이 없다면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