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군 당국이 네티즌 수사대 ‘자로’가 25일 유튜브에 올린 다큐 동영상 ‘세월X’의 내용을 무시한 채 26일 “아니다”라는 주장만 기계적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

해군 측은 2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세월X 내용과 관련해 “수심 관련, 평균 수심은 37m였다”며 “세월호가 군 잠수함에 충돌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또한 “사고 당시 해당 해역 인근에서 작전이나 훈련은 없었다”며 “그리고 잠수함이 잠항할 수 있는 수중 환경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軍, 세월X 내용 무시한 채 “아니다” 논리만 재활용

군 당국의 이런 답변 내용은 2년 전 세월호 사고 당시 군 당국이 밝혔던 입장과 똑같은 것이다.

자로의 세월X 다큐는 군 당국이 “해당 해역의 수심은 37m”라고 2년 전 해명했던 것에 대해 이번에 다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군은 2년 전 논리대로 또 “아니다”로만 맞선 셈이다.

즉, 2년 전 군이 “사고 해역 수심은 37m로서 잠수함 운항이 불가하다”고 반박한 것을 이번에 자로가 다시 “사고 해역 수심은 37m가 아니고 50m”라며 재반박했는데, 군은 다시 2년 전 논리로 “수심 37m면 잠수함 운항이 불가하다”고 대응한 셈이다.

자로는 이번 세월X를 통해 “해도와 레이더 영상을 겹쳐 본 결과 (세월호 선박과 충돌한) 괴물체 포착 지점 수심은 50m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군의 이런 안일한 대응은 자로의 세월X 내용에 대해 군이 면밀히 분석하지 않은 채 일단 “아니다”라는 결론을 먼저 내려놓고, 나중에 거기에 맞는 논리를 꿰맞췄기 때문이라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26일 오전부터 세월X 내용과 관련된 질의에 “아니다”, “사실무근”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또한 잠수함 충돌설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미 2년 전 모두 반박했던 내용인데 왜 지금 다시 제기되는 지 모르겠다”며 “수심이 37m여서 잠수함 운항이 불가하다”는 논리만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군의 한 관계자는 ‘사고 해역 수심이 50m라고 한다’는 세월X의 내용에 대해 “수심은 37m”라며 옛 논리만 반복했다.

또 ‘세월X에 사고 해역이 잠수함 운항 경로라는 언급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내용도 있었느냐”며 그 부분은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런 군의 모습은 군이 의혹에 대해 “아니다”로 일관하면서 세월X의 내용을 실제로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았음을 뒷받침해준다.

이후에도 군 당국은 세월X가 제기한 ‘사고 해역은 잠수함이 다니는 항로’라는 언급에 대해 마땅한 반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세월X에서는 국회 보좌관의 전언으로서 ‘해당 해역은 잠수함이 다니는 경로’라는 언급이 소개된다.

이에 대해 이날 해군 측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당시에는) 잠수함이 잠항할 수 있는 수중 환경이 아니었다”라고만 답했다.

잠수함이 다니는 경로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우리 군 잠수함이 아니라 외국군 잠수함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군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편, 군의 한 관계자는 초대 해군 잠수함 전단장을 지낸 김혁수(68) 예비역 준장이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세월호, 잠수함과 무관하다’는 글을 참고 자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이 글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맹골수도 수심이 35m이고 이 일대 조류가 빨라 잠수함이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세월호와 잠수함이 충돌하면 잠수함이 더 큰 손상을 입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2년 전 사고 당시 군의 논리와 달라진 게 없는 내용이다.

세월X가 제기한 수심이 50m라는 점에 대한 군의 재반박, 세월호가 잠수함과 충돌했을 가능성을 뒤집는 증거를 내놓지 않을 경우, 군의 대응은 2년 전 논리의 재탕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이번에 세월X 다큐를 직접 제작해 공개한 네티즌 수사대 ‘자로’로 알려진 한 네티즌은 지난 2012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밝힐 결정적 자료를 찾아낸 바 있다. 또한 지난 2014년 6월 정성근 문화체육부 장관 내정자가 SNS에 올린 정치편향적 글을 찾아내 정 내정자의 낙마를 이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로는 네티즌들 사이에서 ‘명탐정’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