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銀과 RG발급조건 달라 난항
삼성중공업이 야심차게 준비중이던 ‘야말 프로젝트’ 수주에 적신호가 켜졌다. 한동안 ‘수주 복병’으로 취급받았던 선수금환급보증(RG)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수출입은행과 야말 프로젝트와 관련한 RG 발급을 상의해왔는데, 발주처가 제시한 수주 조건과 수은의 RG 발급 조건이 달라 무산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중공업은 “다른 대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과 수은은 최근까지 ‘야말 프로젝트’에 대한 RG발급 문제를 논의해왔다. 삼성중공업은 러시아 야말프로젝트에 투입되는 LNG선 4척에 대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다. 야말 프로젝트는 북극해에서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대규모 자원개발 사업이다. 업계에선 이르면 이번달 중으로 삼성중공업이 최종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해 왔다. 최대 수주 규모는 8억달러다.
그러나 RG발급 협상 대상 은행이었던 수은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최종 수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핵심은 발주처와 수은의 계약 조건이 상이하다는 점이다. 발주처측은 선수금을 30%를 지급하고 인도시 잔금 70% 지급을 수주 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수은측은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삼성중공업이 선수금 40%를 받아야 RG를 발급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RG발급을 해주는 수은 측에선 삼성중공업이 초기자금을 발주처로부터 더 많이 받아내야 안정성이 확보되는만큼 많은 선수금을 받을 것을 RG발급 전제조건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발주처측은 적은 선수금만을 삼성중공업에 지급하길 원하면서 최종 수주 결정을 미루고 있다. 협상 현장에선 “40% 선수금 조건은 사실상 수주를 하지 마라는 얘기다. RG발급 문제 때문에 수주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측은 RG발급 대안을 모색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올들어 조선업 구조조정이 숨가쁘게 진행돼왔고 향후 시황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은행들이 돈줄을 꽉 움켜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측도 올해 10월께 RG발급 문제가 걸림돌이돼 1달 넘게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조선업계에선 야말프로젝트 LNG선 수주를 두고 삼성중공업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 푸동 조선소가 이번 사업을 수주할 경우 LNG선 시장마저 중국에 넘어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국은 LNG선 건조 기술이 세계 최고수준인 반면, 중국은 해외에서 LNG선 건조 사업을 수주 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소가 이번 건을 수주하게 되면 LNG선 건조경력(트랙레코드)이 쌓이게 된다. 중국이 자국 발주외 해외 수주를 하게 되는 첫 사건이다. LNG선 시장의 판도를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만하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