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1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특검은 이날 국민연금공단을 압수수색하며 최순실(60·구속기소) 씨와 삼성의 뇌물 의혹 정조준에 나섰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52·사법연수원22기)특검보는 21일 서울 대치동 대치빌딩 특검사무실에서 현판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내용을 밝혔다.

특검은 이날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 사무실 등 10여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장소는 세종시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국민연금관리공단 사무실, 해당 기관 일부 임직원의 주거지 등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국민연금등을 압수수색했지만, 특검은 이날 보충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추가 압수수색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최 씨의 삼성에 대한 제3자 뇌물공여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및 대가관계, 임직원들의 배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합병 당시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합병비율이 삼성물산에 불리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삼성물산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주무부처였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 측 손을 들어주는 대가로 삼성이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를 지원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대기업 중 가장 많은 204억원을 최 씨가 배후로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냈고, 최 씨 일가에게 개별적으로 220억 원을 특혜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이 수사 개시 첫날 국민연금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박 대통령과 삼성을 둘러싼 뇌물 의혹이 수사의 핵심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은 지난 20일 간의 준비기간에는 최 씨 특혜 지원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삼성 고위 관계자들을 불러 사전 정보를 수집하기도 했다. 이 중에는 박상진(63)삼성전자 사장과 장충기(62)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검찰 수사에서 삼성 등 대기업들이 재단에 출연금을 건넨 사실관계가 상당부분 파악된 만큼, 특검은 기업들이 건넨 돈이 대가를 바라고 낸 ‘뇌물인지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또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정 씨가 입시·학사특혜를 받으며 이화여자대학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보인다. 특검은 발부받은 영장을 근거로 독일 검찰에 수사 공조를 요청할 방침이다. 또 정 씨의 여권을 무효화하해 국내로 송환하는 조치도 추진하고 있다. 여권이 무효화되면 정 씨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 돼 독일에서 추방될 수 있다. 이 특검보는 “현재로서 정 씨 송환에 걸릴 기간을 예상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빨리 송환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특검팀은 ‘최순실 특검법’에 따라 이날부터 짧게는 70일 이내 수사를 완료해야 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승인이 있다면 길게는 100일 간 수사가 가능하다.

특검팀은 박 특검 외에 4명의 특검보, 20명의 파견검사, 40명의 파견 공무원, 30명 안팎의 특별수사관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