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산복합체를 향해 “값이 너무 비싸다”고 일갈하자 군산복합체들이 꼬리를 내리는 형국이다.

보잉은 높은 가격으로 문제가 된 미국 대통령 전용기 제작비용을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고, 록히드마틴은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F-35의 가격 인하를 언급했다.

이 때문에 역시 F-35 40대를 오는 2018년부터 매년 10대씩 2021년까지 총 40대를 수입할 예정인 한국 측 방산당국에도 화색이 돌고 있다. 미국 내 F-35 가격인하가 한국 수출용 F-35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한의 리썰웨펀] 트럼프 ‘F-35 가격인하’ 언급에 한국도 화색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애초 우리 공군의 F-35 총 수입비용은 7조3000억원대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 F-35 가격이 계속 낮춰질 경우 우리가 수입하는 F-35의 가격 또한 낮아지게 된다”며 “미국 내 F-35의 가격인하는 좋은 소식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자국의 F-35 보급계획에 대해 ‘너무 비싸다’며 공개 딴지를 걸었다.

트럼프는 당시 트위터에 “F-35 계획과 비용은 통제불능”이라며 “수십억달러가 절약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대통령 취임일인) 1월 20일 이후 군사 부문과 다른 부문의 구매 비용을 절약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이런 발언에 F-35 제조사인 록히드마틴 주가는 당일 오전 한때 4%까지 폭락하는 등 파급 효과가 상당했다.

또 지난 6일에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의 제작비가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까지 올라가자 트럼프가 “주문을 취소하겠다”며 제작사인 보잉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군산복합체는 일반 산업과 달리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미국의 전쟁영웅인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지난 1961년 1월 17일 자신의 퇴임 연설에서 향후 군산복합체가 초래할 위험을 경고했다. 이는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 이미 대통령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군산복합체의 영향력이 대단했음을 반증한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로서 ‘슈퍼리치’로 분류되는 트럼프는 이런 군산복합체에 맞설 적임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행정부 수반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손에 거머쥔 트럼프가 자신의 막강한 자본력마저 동원해 미국의 거대 군수업체에 맞설 경우, 그 파괴력은 무시무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군수업체들도 적어도 당분간은 트럼프의 위세에 눌려 저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그리고 실제로 보잉, 록히드마틴 등 미국을 대표하는 두 군수업체가 트럼프의 딴지에 즉시 고개를 조아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비용 문제로 딴지를 걸었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F-35의 제조사인 보잉과 록히드마틴 최고경영자(CEO)를 면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보잉의 데니스 뮬런버그, 록히드마틴의 메릴린 휴슨 CEO를 이날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각각 만났다.

보잉의 뮬런버그 CEO는 트럼프와의 면담 후 기자들에게 에어포스원 제작비를 40억달러 이하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것(40억 달러)보다 인하하도록 해보겠다”며 “우리는 그렇게 되도록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뮬런버그 CEO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이 에어포스원 가격을 문제 삼자 직접 트럼프 측에 전화를 걸어 에어포스원 제조 비용을 낮춰보겠다고 꼬리를 내렸다.

트럼프는 다음날 그를 ‘훌륭한 사람’으로 치켜세우며 “앞으로 가격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잉은 역대 대통령 취임 때 늘 해왔던 것처럼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식에도 100만달러(약 12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슈퍼리치’인 트럼프에게 이 정도 기부액은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의 휴슨 CEO는 트럼프와의 만남 직후 이번 만남에 대해 “생산적”이었다며 역시 F-35 가격 인하를 언급했다.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비유를 맞추기 위해 머리를 조아린 셈이다.

휴슨 CEO는 “F-35 가격 인하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트럼프도 두 CEO와의 만남 직후 기자들과 만나 “F-35 가격협상은 마치 춤과 같이 움직이는 것”이라며 “우리는 가격을 멋지게 내릴 것”이라고 장담했다.

또한 트럼프는 에어포스원과 F-35에 대해 “매우, 매우 비싼 프로그램”이라며 “엄청난 돈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들 CEO와는 별도로 마라라고에서 군 고위급 인사 6명을 만나 F-35 비용 문제와 미 국방부 프로젝트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F-35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미 공군 크리스보그단 중장으로부터 처음으로 직접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모임에는 핵무기 및 전략을 관할하는 미군 장성들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는 만남 후 트위터에 “대단한 공군 장군들과 해군 장성들을 만나 전투기 능력과 가격을 논의했다”며 “매우 인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