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린 명의로 사업해 730억원 벌며 세금 66억 포탈

-경찰 “물건 공급한 매입처도 세무서에 고발 의뢰할 것”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부녀자와 생활보호대상자, 신용불량자들의 명의를 사들여 가짜 회사를 설립, 세금을 포탈한 가전제품 판매업자가 구속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로부터 명의를 사들여 가짜 업체를 차리고, 매출만 올린 뒤 폐업하는 수법으로 세금 66억원을 포탈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가전제품 판매업자 문모(33) 씨와 명의대여 알선업자 등 3명을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종업원과 명의대여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문 씨는 지난 201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신용불량자 등 생계가 곤란한 사람들 9명에게 각각 2000~3000만원을 지급하며 명의를 대여했다. 그는 빌린 명의를 이용해 사업자 등록과 부동산 계약을 했고, 인터넷 쇼핑몰에도 명의 대여자 이름으로 업체를 등록했다. 문 씨는 빌린 명의로 사업을 시작했고, 문 씨의 매출이 오를 때마다 부과되는 세금은 모두 명의 대여자에게 돌아갔다.

문 씨는 예전 조세포탈 업체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살려 컴퓨터 원격조정 등을 이용해 세금 추적을 피하며 3~4개월만에 1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회사를 폐업, 다른 명의로 다시 업체를 만드는 방식을 사용했다. 부과된 세금을 걱정하는 대여자들에게는 “5년 뒤에는 부과됐던 세금이 자동으로 소멸된다”며 안심시키기도 했다. 문 씨는 이런 수법으로 그동안 73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소득세와 부가세 등 세금 66억원을 포탈했다.

그는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판매대금을 찾아갈 때도 가족을 동원하고, 명의 대여자와 만날 때도 종업원을 대역으로 세우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의심스러운 현금거래를 포착한 금융정보분석원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경찰의 탐문 수사 끝에 문 씨의 범행도 모두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문 씨는 “쇼핑몰의 감시를 피하고자 위장업체를 이용해 단기간에 대량 거래를 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업체에 주변기기 등을 공급한 매입처 등을 추가로 확인해 관할 세무서에 고발 의뢰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