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아베노믹스’가 지향했던 엔저(円低)가 ‘트럼프노믹스’를 만나 기사회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였던 일본 주식형펀드도 최근 한 달간 평균 8%대 수익률을 내며 여타 펀드 대비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엔화 약세가 탄력을 받으면서 일본 증시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제조업 중심인 일본 증시는 대체로 엔고(円高)에 하락하고 엔저에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가 정책 방향을 구체화하기 전까지는 일본 증시가 ‘트럼프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1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에 설정된 일본 주식형펀드(44개)의 최근 한 달간 평균 수익률은 8.22%로 집계됐다. 지난달 9일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선진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가 호조를 보인 덕분에 해외펀드도 이 기간 평균 0.82%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일본 펀드의 수익률은 더욱 돋보이는 상황이다.
개별 펀드로 보면 ‘이스트스프링다이나믹재팬자(H)[주식-재간접형]클래스A’가 이 기간 14.14%의 수익률로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 ‘KB스타재팬인덱스자(주식-파생형)A’(9.03%), ‘KB연금재팬인덱스자(주식-파생형)C클래스’(8.97%), ‘하나UBS일본배당1[주식]ClassC’(8.90%) 등도 8%가 넘는 수익률을 자랑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수익률이 20%에 달했다. ‘한국투자KINDEX일본레버리지ETF(주식-재간접파생형)(H)’(21.71%), ‘KB KBSTAR일본레버리지ETF’(21.62%) 등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일본 펀드는 ‘꼴지 펀드’의 대명사였다. 일본 증시가 엔화 강세라는 악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탓이다.
엔달러환율은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발표한 지난 1월29일 달러당 121.14엔에서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을 거친 뒤 8월19일 연 최저점인 100.03엔에 도달했다. 최근 수익률 개선에도 불구, 일본 펀드의 연초 이후 성과가 -0.65%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후 엔화 가치는 현재까지 10% 넘게 떨어지며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
엔저에 힘입은 닛케이225지수는 전날 1년 만에 최고치(1만9155.03)를 갈아치우며 1만9000선을 상향 돌파했다.
임승관 KB자산운용 인덱스본부장은 “지난달 이후 진행된 엔화 약세로 일본은행의 통화 및 재정정책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며 “1만7000선에 머물던 닛케이지수는 일본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임 본부장은 “트럼프에 따른 엔화 약세뿐만 아니라 일본 대표기업들의 실적개선세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일본 증시가 여타 선진국 증시와 달리 역사적 평균 대비 낮은 지수대에 머물고 있는 것도 수급 면에서는 유리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일본 증시의 상승세가 ‘트럼프노믹스’에 바탕을 둔 만큼 트럼프의 행보에 주목하며 투자 시점을 조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적어도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기 전까지 일본 증시의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취임 후 실제 내놓게 될 정책에 따라 일본 증시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며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유럽의 여러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면 엔화가 재차 강세를 보일 수 있어 각종 대내외 요인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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