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지난달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우리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감소할 것이 확실한 수출을 늘리는 데는 기여하겠지만,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엔 악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대응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OPEC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회원국들이 하루 최대 생산량을 3250만 배럴로, 120만 배럴 줄이기로 합의했다. 지난 2011~2013년에 배럴당 105~110달러를 기록했던 두바이유 가격이 2014년 57.33달러, 지난해 37.28달러로 급락한데 이어 올해도 최근까지 50달러 이하에 머무는 등 약세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번 감산합의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대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지난주 급등세를 보이며 배럴당 50달러대에 올라섰다. 2일(현지시간)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배럴당 51.68달러를 기록해 주간 단위로 12% 올랐다. 지난 2011년 2월 이후 5년 10개월만의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내년 2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배럴당 54.38달러로 1주동안 14%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중동이나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살아나고 석유관련 제품의 가격도 회복될 수 있어 수출에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전문가들도 유가 상승이 미국 일자리를 늘리고 부채에 허덕이는 산유국 재정에 도움이 되며, 선진국의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의 물가 하락) 문제도 해결하는 등 글로벌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화학 등 유가의 영향을 받는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 안팎으로 매우 높다. 정부도 유가상승이 산유국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등의 단가회복으로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 수출은 올 후반기들어 조금씩 바닥탈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월에 20개월 만에 반등세를 보였다가 9월 -5.9%에서 10월 -3.2%로 감소폭을 줄었고 11월엔 2.7% 증가했다.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반등조짐에 유가상승이라는 호재가 작용할 경우 수출이 바닥에서 탈출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가 상승은 물가엔 악재다. 소비자물가는 올 8월까지만 해도 0%대에 머물렀으나 9월에 1.2%로 급등한데 이어 10월과 11월엔 1.3%로 최근 2년 사이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11월에는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신선식품 가격이 15%나 급등하고 서비스 물가가 1.8%오르면서 물가가 들먹이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유가상승이 더해지면 물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가는 최근 2년 동안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 2014년 상반기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물가도 거의 2년 동안 0%의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를 저점으로 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선데다 최근 OPEC 감산 합의로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본격적인 물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유가가 1년 전과 비슷해 기저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해외 투자은행(IB)들 사이에서는 내년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2%대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경기가 나쁜 상태에서 물가가 오르면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와 기업 비용 상승으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등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유가 상승이 우리경제에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부문은 물가 안정이다. 자칫 외형적 성장에 치중해 물가관리에 소홀할 경우 오히려 경제 불균형이 확대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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