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시스템붕괴·무기력증 확산 조선해운 구조조정·노동개혁 물거품우려 공무원 리스크 높은 정책 기피 뚜렷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국정이 사실상 올스톱 상태에 빠진 가운데 핵심 경제정책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의 의사결정시스템이 무력화된 사상 초유의 사태에 청와대와 정부, 국회가 ‘최순실 게이트’에 함몰돼 버린 형국이다. 특히 공직사회는 ‘멘붕(패닉)’ 상태에 빠져들면서 무기력증과 복지부동이 심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가적 리더십에 대한 신뢰의 붕괴로 강한 추진력과 소신을 요구하는 정책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와의 치열한 논의를 통해 추진해야 하는 조선ㆍ해운 등의 구조조정이나 노동시장 개혁, 쟁점법안 처리는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현정부의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제ㆍ민생위기가 최악의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도 불구하고 경제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돌아 선 여론을 다잡아 낼지는 미지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국무위원 긴급 간담회를 갖고 흔들림 없이 국정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1차 경제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기업 구조조정 대책 등을 논의하고, 앞으로 주요 경제현안들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예정된 회의를 열고 ‘정상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모습을 보일 수는 있겠지만, 실제 알맹이 있는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관가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장 구조조정 사안만 하더라도 실무책임자급 공무원들이 결정하기 힘들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경우 대우조선을 살리느냐, ‘빅2’ 체제로 가느냐 하는 문제는 기재부와 금융위ㆍ산업부 등 정부 부처는 물론 청와대와 정치권까지 머리를 맞대고 풀어가야 할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선 노동계 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과 정책에 대한 소신, 뚜렷한 비전이 필요하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이 있어야 한발짝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지난해부터 표류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을 비롯해 공공ㆍ금융ㆍ교육 등 4대 핵심부문의 구조개혁도 마찬가지다. 노동개혁법의 경우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과의 치열한 논의는 물론 밀고 당기는 협상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래성장동력 확충과 경제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서비스산업 발전법이나 규제프리존 특별법도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부ㆍ여당의 협상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최순실 사태로 청와대와 정부ㆍ여당에 대한 신뢰와 리더십이 바닥으로 떨어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태다. 정부 내 조율은 물론 야당과의 협상은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이전에도 경제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고 추진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번 사태로 리더십이 붕괴 상태에 빠져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공무원 사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표면적으로는 맡은 업무나 잘 챙기자는 분위기지만,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는 정책엔 손을 대지 않으려는 복지부동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최순실 사태가 레임덕으로 이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내년말 대통령 선거까지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