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28일 타결된 한일 정부간 군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일본이 거출한 10억엔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끝내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당시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집요하게 10억엔이 배상금인지 물었지만 윤 장관의 대답은 “어떤 정부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라는 자평과 함께 합의문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면 그 함의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윤 장관이 말한 합의문이란 일본 정부가 위안부 책임을 처음으로 인정했고 아베 신조 총리가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며 그것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가 10억엔 출연이라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합의 이후 꾸준히 10억엔의 성격을 규정해왔다. 배상금이 아니란 것이다. 기시다 외상은 합의 직후 이같은 발언을 취재진에게 했으며 3월에는 참의원 외교방위원회에서 “이 돈은 배상 혹은 보상을 위한 금원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전 위안부 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조치로서 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하면 10억엔 출연을 직전에 둔 8월 12일 윤 장관과 통화후 기자회견에서 10억엔이 ‘의료와 간병’을 위한 돈이라고 밝혀 ‘인도적’성격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위안부와 관련한 강제성이 없다는 왜곡 발언을 다시 꺼내들기도 했다.

가해자인 일본이 대내외적으로 거침없이 말을 쏟아놓는데 비해 우리 정부는 모호한 태도를 이어가면서 위안부 피해자를 비롯한 우리 국민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최근 열린 한 학술시민포럼에서 “가해자가 과거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자에 아픔을 주면서 동아시아 평화를 외치는,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지난해 11월 역사검증본부를 만드는 등 위안부 문제에 치밀하게 준비해왔지만 우리는 체계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자 우리 정부가 치밀한 전략적 준비 없이 위안부 합의에 동의했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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