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훈련 아들 위해 학부모들 갹출 음료수도 못사줘 에버랜드 휴가군인들에 티켓할인 중단 →번복등 혼선 영국 유학준비생 ‘셰브닝 장학생’ 신청 불가說에 당혹 인천에서 야구를 하는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45ㆍ여) 씨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이후 고민이 깊어졌다. 그동안 실력 좋은 코치를 데려오기 위해, 또 자녀들의 전지훈련과 장비교체를 위해 학부모들이 비용을 갹출하던 방식이 모두 막혔기 때문이다. 당장 학교 야구 코치는 월급을 받지 못해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 박 씨는 “물론 학부모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환경이 근본적인 문제일 테지만 환경이 급변하면서 아이들 미래까지 막힐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에버랜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입장권 할인 방침을 여러번 바꿨다. 28일 에버랜드는 휴가 나온 군인, 의무경찰 등에게 제공됐던 5만2000원짜리 티켓혜택을 중단한다고 했다. 김영란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자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병사들에게까지 김영란법을 적용하는 것은 억지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29일 오후 에버랜드는 국민권익위원회의 답변이 오기도 전에 군인에 대한 기존 무료 티켓 혜택을 다시 제공키로 했다. 김영란법이 낳은 해프닝이었다.
#3. 대학 직원인 정모(30) 씨는 몇개월동안 영국 외무부의 지원을 받아 영국 내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공부할 수 있는 ‘셰브닝 장학생’신청 준비를 해왔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전세계적으로 지원하는 장학생 프로그램인데, 20명 선발한다. 하지만 김영란법상 이 과정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 불똥이 사방팔방으로 튀고 있다. 문제는 ‘불똥’이 김영란법이 겨냥했던 특권층이 아니라, 일반 서민에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하나다. 김영란법이 규정한 ‘공직자 등’이라는 모호하고 포괄적인 개념에 더해 사회 곳곳의 오랜 관행과 충돌하다보니 서민들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제가 생긴 탓이다. 특히 권익위는 기존에 내놨던 법 해석을 종종 뒤집으며 혼란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원봉사자인 의용소방대원들이 김영란법 대상자로 분류된 것은 대표적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의용소방대원들이 비록 민간인일지라도 소방 업무를 도와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김영란법에 적용된다고 했다. 법리적으로만 해석하면 자원봉사자에게 음료수 한캔의 감사한 마음도 표현하기 힘들어진 셈이다. 과도한 법 적용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재난본부 측은 “의용소방대 복장을 입고 활동하는 동안에만 김영란법에 적용된다”고 했다.
기간제 어린이집 교사는 김영란법 대상이지만, 대학교 시간강사는 해당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당초 권익위는 사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했었다. 법 조항에 영유아보호법에 관련 내용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권익위는 만 3~5세 보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시행에 대한 위탁을 받았다는 이유로 법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 한 학부모는 “아이를 돌봐주는데 따른 감사한 마음으로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캔 커피 하나도 못드리게 됐다”며 “이건 아니지 싶다”고 했다.
반면 대학 시간강사는 2018년 1월 1일 개정 고등교육법이 시행돼 교원 지위를 부여받기 전까지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이처럼 모호한 기준에다가 부정ㆍ청탁과 거리가 먼 사항까지 규제를 받자 전국 곳곳에선 김영란법 관련 질의가 쏟아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당일인 28일까지 권익위 홈페이지 등에 올라온 김영란법 해석 문의는 5100건에 달했다.
경찰에는 ‘참 잘했어요 칭찬스티커를 많이 모아온 학생에게 3000원 상당 선물을 주는 것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 ‘환갑에 3만원 이상 식사를 해도 되는지’ 등을 묻는 전화가 이어졌다.
혼란이 잇따르자 권익위는 기존에 발간했던 김영란법 질의응답(Q&A) 사례집 6곳과 직종별 매뉴얼을 수정해 다시 공지했다. 매뉴얼이 수정된 곳은 2곳, 답변 내용이 바뀐 질의응답은 6곳에 이른다.
권익위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인 까닭에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일부 혼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앞으로 사례가 축적되고 법원의 판례 등도 쌓이면 이러한 혼란은 자연스럽게 가라앉으면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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