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23곳 서버 1만9041대 중 1만7387대가 백신 미설치
“예산 부족 밝힌 6개 기관, 정보보안 예산은 1년 사이 46.3% 증가”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정부출연연구기관 23곳이 운영하는 서버 10대 중 9대 이상에 백신이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기관은 백신을 설치하지 못한 이유로 예산 부족을 들었지만, 해당 기관들의 정보보안 예산은 오히려 1년 사이 46.3%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인천 남동구을·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은 20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출연연 23곳이 운영하는 서버의 기본 보안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출연연 23곳의 서버 1만 9,041대 가운데 백신이 설치되지 않은 서버는 1만7387대로 전체의 91.3%에 달했다. 외부 인터넷과 직접 연결돼 홈페이지 등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접점 서버도 상황은 비슷했다. 출연연의 외부 접점 서버 766대 가운데 372대인 48.6%에 백신이 설치되지 않았다.
외부 접점 서버는 인터넷을 통해 외부와 연결되는 만큼 해킹과 악성코드 감염 위험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침해사고가 발생하면 내부망으로 공격이 확산되거나 연구자료가 유출되는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출연연과 같은 보안지침을 적용받는 과기정통부 본부는 서버 108대 가운데 100대에 백신을 설치해 설치율이 92.6%에 달했다. 이 의원실 측은 “과기정통부 본부와 산하 출연연 사이에 기본적인 보안조치부터 큰 격차가 발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부 출연연이 백신 미설치 사유로 ‘예산 부족’을 제시했지만, 실제 정보보안 예산은 대폭 증가했다는 점이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등 6개 기관은 백신 미설치 사유를 묻는 이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예산 확보 후 단계적으로 설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들 6개 기관의 정보보안 예산은 작년 24억7300만원에서 올해 36억1900만원으로 11억4600만원 늘어 1년 사이 46.3% 증가했다. 올해 출연연 23곳이 요구한 정보보안 예산도 전액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녹색기술연구소와 한국한의학연구원은 2025년과 2026년 서버 백신 도입·유지보수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도 않았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경우 전체 서버 141대 가운데 백신이 설치된 서버는 외부 접점 서버 2대 뿐으로 전체 설치율은 1.4%에 불과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미설치 사유로 ‘백신 예산 미확보’를 들었다.
그러나 확보한 정보보안 예산 가운데 4300만원은 네트워크 회선비, 2800만원은 클라우드 사용료, 2200만원은 디가우저 장비 구입비로 집행한 것으로 이 의원실의 분석 결과 나타났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추산한 서버 백신 비용은 1대당 약 50만원으로 백신 미설치 서버 139대에 모두 백신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약 6950만원으로, 네트워크 회선비와 클라우드 사용료에 정보보안 예산을 쓰지 않았더라면 백신을 모두 설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지적 등을 통해 출연연의 백신 미설치 문제가 확인됐지만, 일부 기관은 설치 완료 시점을 내년이나 내후년으로 잡았다.
이 의원은 이날 정부출연연구기관 국정감사에서 강상욱 과기정통부 기획조정실장에게 “과기정통부 본부의 백신 설치율은 92.6%인데 산하 출연연은 8.7%에 불과하다”며 “국가 중요 기술을 연구하는 기관들에서 기본적인 보안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강 실장은 “출연연 장비 중에는 백신을 설치하기 어려운 장비들이 있어 100% 설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좀 더 개선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 실장은 이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백신을 설치하려고 하고 있다”며 “해당 기관장들이 이 부분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 차원에서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과기정통부는 올해 안에 출연연 전체 서버의 보호조치 현황을 전수 점검하고, 기관별 백신 설치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면서 “백신 설치가 불가능한 서버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체 보호조치가 적용됐는지까지 확인하고, 출연연 기관장이 직접 정보보안을 챙기도록 과기정통부의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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