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亞파트너와 첫 라이선스 협약전주공장서 초도 물량 150만ℓ 생산
양조법부터 품질관리, 日 표준적용
내년 판매량 75% 국내 생산 목표
“일반적으로 맥주는 첫 번째로 짜낸 맥즙과 두 번째로 짜낸 맥즙을 혼합해 만드는데, 이치방 시보리는 첫 번째로 짜낸 맥즙만 사용합니다. 이를 통해 원료인 맥아 본연의 진하고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권광조 하이트진로 프리미엄권역장)
일본 기린맥주의 대표 제품 ‘이치방 시보리’가 이제 한국에서도 만들어진다. 하이트진로가 기린과 손잡고 전주공장에서 캔맥주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하면서다. 권 권역장은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하이트진로 통합연구소에서 열린 일본 프리미엄 맥주 ‘기린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제조 공법을 이같이 설명했다.
양사는 1년 이상 기술 교류와 시험 생산을 거쳐 지난 7월 기술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기린이 아시아에서 자본 관계가 없는 수입·유통 파트너사에 생산 라이선스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치방 시보리’는 일본어로 ‘첫 번째로 짜낸다’는 뜻이다. 맥주는 보통 원료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첫 번째 맥즙과 두 번째 맥즙을 섞어 쓴다. 이치방 시보리는 맥아에서 처음 추출한 맥즙만 쓴다. 이치방 시보리가 쓰는 첫 번째 맥즙은 짙은 호박빛을 띠었고,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올라왔다. 맥아를 다시 우려내는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떫은맛을 줄이고 보리 본연의 맛을 살린 것이 핵심이다.
기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하기 위해 양사는 공법뿐 아니라 원재료와 양조 온도, 시간, 품질관리 기준까지 일본 현지의 생산 표준을 전주공장에 적용했다. 핵심 원료인 효모는 일본 기린 공장에서 직접 공급받아 국내에서 배양한다. 맥아와 홉 등 다른 원재료는 기린이 정한 원산지와 규격 기준을 따른다.
하이트진로는 우선 전주공장에서 초도 물량 약 150만ℓ를 생산한다. 500㎖ 캔맥주 기준 약 300만개 규모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2020~2026년 ‘기린 이치방 시보리’ 판매량은 연평균 82.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품목(SKU)별 성장률은 병 제품 41%, 생 제품 64%, 캔 제품 97%로 캔 제품이 가장 두드러진다.
하이트진로는 내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약 75%를 국내에서 생산한다는 목표다. 국내 생산 제품은 이달 첫째 주부터 출고되기 시작했다. 일본 생산 제품 재고가 소진되는 대로 국내 생산 제품의 유통 비중이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생산을 결정한 가장 큰 배경은 유통 기간 단축이다. 일본에서 생산한 맥주가 통관을 거쳐 국내에 공급되기까지 평균 한 달 반이 걸린다. 국내 생산 제품은 이를 1~2주로 줄일 수 있다. 소비자에게 더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
안정적인 공급망도 장점이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본 맥주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린 역시 일본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급 부족이 생기면서 안정적인 생산·공급 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하이트진로는 이치방 시보리 국내 생산을 프리미엄 맥주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테라·켈리 등 기존 국산 맥주 사업과는 별개 영역으로 접근한다. 다만 현재 국내 생산 대상은 캔맥주로 한정된다. 병맥주와 생맥주로 생산을 넓히는 방안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
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는 “이번 기술협정은 단순한 생산 현장의 이전이 아니라 한층 더 발전된 기술과 품질을 만들어가는 전략적 파트너십의 시작”이라며 “한국 생산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더욱 신선한 품질의 이치방 시보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인=정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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