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베트남에 비중국 흑연 생산거점 구축

천연·인조흑연 공급계약 1조7000억원 확보

연속식 흑연화로 리드타임 45일→1일 목표

中 원가경쟁력 추격…차세대 음극재 개발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생산라인 모습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 포항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 생산라인 모습 [포스코퓨처엠 제공]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포스코퓨처엠이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음극재 시장에서 비(非)중국 공급망 구축과 공정 혁신을 동시에 추진한다. 새만금과 베트남에 흑연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동시에 길게는 약 45일이 걸리는 인조흑연 생산 리드타임을 하루 수준으로 줄이는 기술 개발에 나선다. 이를 통해 중국 업체와의 원가 격차를 좁히고, 비중국 음극재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中, 음극재 97% 장악…비중국 공급망 수요 커진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구형흑연과 인조흑연 생산거점을 순차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새만금 구형흑연 생산시설은 2027년 상반기, 베트남 인조흑연 공장은 2028년 상반기 양산 개시(SOP)를 목표로 건설 중이다.

생산거점 신설에 발맞춰 거점별 역할도 구분한다. 포항에서는 2차 입자 기반의 고성능 인조흑연을 생산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 대응하고, 베트남에서는 중간급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포항이 프리미엄 전기차용 고성능 인조흑연을, 베트남이 중간 단계 제품을 각각 담당하는 구조다.

수요처도 이미 확보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약 7000억원 규모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약 1조원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두 계약 규모를 합치면 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SNE리서치 제공]
[SNE리서치 제공]

음극재는 배터리 핵심 소재 가운데서도 중국 공급망 집중도가 높은 분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음극활물질 생산능력의 97%를 중국이 차지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음극재 적재량 중 중국 업체 비중은 95.7%에 달한다.

다만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비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IRA 전기차 세액공제와 관련해 음극재에 포함된 흑연에 적용되던 해외우려기관(FEOC) 한시적 예외가 2027년부터 종료된다. 유럽연합(EU)도 내년 2월 18일부터 전기차 배터리 등에 원료 구성과 탄소발자국, 성능, 재활용 관련 이력을 담은 ‘배터리 여권’을 의무화한다.

비중국산 음극재에 대한 정책적 수요가 확대되고 있지만 중국산과의 가격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시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이 비중국 공급망 확보와 동시에 생산공정 혁신에 나서고 있다.

SNE리서치는 “흑연 계열 소재는 수출 통제와 통상 조치의 영향을 동시에 받고 있어, 인증과 원료 조달, 실리콘 음극재 등 차세대 기술력이 업체별 지위를 가를 전망”이라며 “오는 2월 시행되는 유럽 배터리 여권 의무화로 소재 단계의 공급망 정보 관리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현지 생산 거점 확보 속도가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항시에 위치한 포스코퓨처엠 실리콘 음극재 데모플랜트 전경. [포스코퓨처엠 제공]

3000도 배치식→2700도 연속식…전력 최대 80% 절감 목표

중국 업체들은 흑연 광산과 정제·구형화 공장을 가까이 배치하고 대규모 생산설비를 운영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흑연 광산에서 정제·구형화, 탄소코팅, 배터리 셀까지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집중돼 물류비와 고정비 부담을 낮췄고, 현지 셀 업체와의 공동개발을 통해 제품 개발 속도를 끌어올렸다.

포스코퓨처엠은 비중국 공급망 확보와 함께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격차를 좁히기 위한 공정 혁신을 추진 중이다. 핵심 기술은 인조흑연의 ‘연속식 흑연화’다. 기존 인조흑연은 약 3000도의 고온에서 일정량의 원료를 넣은 뒤 승온·유지·냉각을 반복하는 배치식 방식으로 생산된다. 고온으로 가열한 뒤 다시 식히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생산 시간이 길고 전력 사용량도 많은 구조다.

포스코퓨처엠은 이를 약 2700도에서 원료를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완성된 제품을 연속적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목표는 약 45일인 기존 생산 리드타임을 하루 수준으로 줄이고 전력 사용량도 최대 80% 절감하는 것이다. 반복적인 승온과 냉각을 줄이면 전력비를 낮추는 동시에 설비 회전율을 높여 감가상각비와 고정비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양산 안정화가 관건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7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장기간 연속운전이 가능한지, 원료 이송 과정에서 응집이나 막힘이 발생하지 않는지, 기존 배치식 제품과 동일한 흑연화도·초기효율·수명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핵심 과제”라고 짚었다. 이어 “전력 80% 절감 역시 기존 자사 공정 대비 목표인 만큼 중국 선도업체 대비 톤당 원가와 품질을 확인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포스코퓨처엠과 몰튼이 서울 코엑스에서 메탄가스를 활용한 천연흑연 음극재 원료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홍영준(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홍영준 기술연구소장, 캘럽 보이드 몰튼 최고기술책임자(CTO). [포스코퓨처엠 제공]
포스코퓨처엠과 몰튼이 서울 코엑스에서 메탄가스를 활용한 천연흑연 음극재 원료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홍영준(왼쪽부터) 포스코퓨처엠 홍영준 기술연구소장, 캘럽 보이드 몰튼 최고기술책임자(CTO). [포스코퓨처엠 제공]

천연흑연 공급망에서도 원료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메탄을 고온에서 분해해 탄소와 수소를 생산하는 ‘메탄 열분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앞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 ‘몰튼’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비중국 흑연 공급망 확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차세대 음극재 개발도 병행한다. 포스코퓨처엠은 나트륨이온배터리(SIB)용 하드카본을 2027년 3분기까지 개발하고 기존 생산라인과 호환 가능한 설비를 활용해 2028년부터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배터리용 음극재는 2029년, 리튬메탈은 2030년까지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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