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새만금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투자를 기다리던 기회의 땅에서, 기업이 직접 찾아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실현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2027년도 예산이다. 새만금개발청 예산 정부안이 총 2222억원으로 확정됐다. 전년보다 74억원, 3.4% 늘어난 규모다. 얼핏 보면 평범한 증액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기업투자를 지원하는 예산이 46억원에서 265억원으로, 약 다섯 배 뛰었다. 예산 항목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정부가 기업 투자를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를 숫자로 분명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앵커기업의 투자가 있다. 기업이 먼저 새만금을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새만금개발청도 더 이상 기다리는 자세로 머물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이번 예산은 ‘기다림의 예산’이 아니라 ‘먼저 움직이는 예산’이다.
핵심은 세 갈래다. 첫째는 장기임대용지다. 175억원을 들여 산업용지를 미리 매입하고 조성한다. 기업이 부지를 구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대신, 정부가 먼저 땅을 준비해 두는 것이다. 앵커기업의 AI데이터센터와 피지컬AI 구축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둘째는 로봇클러스터, 구체적으로는 공동물류창고 등을 조성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제조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계기로, 그 주변에 중소 협력업체들이 모여들 수 있는 물류 기반을 마련한다. 5억원은 아직 기본구상을 다지는 단계의 비용이지만, 그 밑그림이 그리는 청사진은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기업 하나가 아니라, 그 기업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 전체를 새만금에 구축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셋째는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DRT(Demand Responsive Transit)다. 4억원이 편성됐다.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는 데엔 부지와 인프라만큼이나 사람이 중요하다. 산업단지에서 일할 근로자들이 출퇴근하고, 생활하고, 정착할 수 있어야 산업단지는 비로소 살아 움직인다. DRT는 산업단지의 교통여건을 개선하는 첫걸음이다.
세 사업을 하나로 묶으면 결국 이런 이야기가 된다. 기업이 투자를 결심하면, 정부가 산업용지를 확보하고, 협력업체가 모일 기반을 마련하고, 근로자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투자의 무게를 기업 혼자 짊어지지 않게 정부가 먼저 뛰는 구조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주도 성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지역이 스스로 산업을 일으키고, 기업이 그 지역에 뿌리내리도록 돕는 일 말이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국토대전환 추진전략에서도 기업 투자와 연계한 새만금 미래산업 거점 육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중앙정부의 방향과 새만금의 예산이 한 지점에서 만나고 있는 셈이다.
예산은 숫자에 불과하지만, 그 숫자가 가리키는 방향은 분명하다. 새만금은 이제 기업의 투자를 기다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이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가는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이 투자하고, 협력업체가 모이고, 사람이 정착하며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예산을 바탕으로 기업의 투자가 산업 생태계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지역의 성장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필요한 기반을 차질 없이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문성요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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