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께 공식 발표 전망...대규모 원전 확대 전략에 투입
원전건설 최소 10년 가량 소요, 수익규모·회수시점 모호
“협상 보다는 미 요구 다 들어주는 것...책임 소재 명확히 해야”
[헤럴드경제=베문숙 기자]미국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원전 부흥’에 나서면서 한국의 대규모 대미 투자금도 미국 원전 산업에 투입될 전망이다. 한·미 양국은 우리나라가 투자하기로 한 2000억달러(약 268조원) 가운데 1200억달러(약 161조원)를 활용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원전 확대 전략과 한국의 원전 건설 역량을 결합하는 대규모 에너지 협력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8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오는 18일 대형 원전 8기 건설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제안한 원전 투자액 1200억달러와 대미투자 1호인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의 총사업비 223억달러를 단순 합산하면 1423억달러다. 전체 대미투자액의 71.2%에 해당한다. 미국의 원전 제안이 실제 사업으로 구체화하면 대미투자 2000억달러의 70% 이상이 원전과 가스발전을 중심으로 윤곽을 드러내는 셈이다.
대미 투자를 최종 확정하기 위한 국내 법적·행정적 절차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다. 관련 절차에 따르면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업관리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회 보고가 이뤄져야 한다. 첫 관문인 사업관리위원회는 미국 투자위원회가 제안한 후보 사업의 상업적 타당성과 전략적·법적 위험 요소를 검토한다. 지난달 말 열린 사업관리위원회에서는 최근 거론되는 대미 투자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심층 검토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현재 정부는 구체적인 원전 건설 지역이나 사업 규모, 참여 기업까지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원전을 유력한 후속 투자 분야로 제시한 뒤 개별 사업의 수익성과 미국 정부의 지원 조건 등을 검토해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이 오는 14~16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에너지장관회의에 참석해 양국 에너지협력관련 현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국이 원전을 대규모 대미 투자 대상으로 제시한 배경에는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미국은 비용 부담과 장기간의 건설 기간, 잇따른 사업 지연 등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정체돼 왔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원전을 에너지 안보와 전력 공급의 핵심 수단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다. 현재 원자력은 미국 전력 생산의 약 20%를 담당하지만 1990년대 이후 신규 건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5월 원전 발전 용량을 당시 약 100GW 수준에서 2050년까지 400GW로 네 배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신규 원전 10기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원전 건설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연방 안전 규정을 손질하고 18개월 이내에 새 원자로 승인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AI 센터가 국방 핵심인프라로 지정되고 에너지부 시설에 건립되는 원자로로부터 전력을 공급받을 경우 원자력 관련 규제 심사를 피할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원전 확대에 필요한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협력이 중요하다. 미국이 원자로 설계 등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자재 제조와 원전 시공 역량은 상실한 상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공기업과 두산에너빌리티, 현대건설 등 제조와 시공 능력을 갖춘 국내 기업들과 협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결국 ‘상업적 합리성’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대미 투자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에만 적용한다”는 데 합의했다. 수익금은 투자 원금 회수 전까지 양국이 절반씩 갖고, 원금 회수 이후엔 한국과 미국이 1대 9 비율로 갖는 구조다. 그러나 원전 건설에 최소 10년 안팎이 필요한 상황에서 수익 규모와 회수 시점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의 원전 확대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규제·공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투자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대미 투자 주요 내용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막대한 건설 비용과 사업성 문제 때문에 위험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미국 쪽의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직접 투자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사업은 인력공급이나 운송비 등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전두환 정부시절인 40여년부터 제기 받았던 프로젝트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측에서 제안한 사업성이 없는 것들을 다 받은 셈”이라며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이와관련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후 관련 조사나 감사를 받을 경우, 대미투자협상에 나선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협상단이 책임을 피할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skymo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