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8억달러 수출…연평균 2.7%↑
범용치료제 비중 77.6%로 상승
고소득시장 비중은 37.7%로 하락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한국 의약품 수출이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했지만, 고부가가치 제품보다는 기존 범용제품의 물량 확대에 크게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수출 확대를 위해서는 기술집약적 제품의 비중을 높이고 고소득시장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8일 발표한 ‘의약품 수출 구조 분석 및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성의약품 수출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7% 증가해 지난해 8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바이오의약품과 백신, 한약재 등은 제외됐다.
수출 증가를 이끈 것은 가격 상승이 아닌 물량 확대다. 무협이 수출 성장 요인을 분석한 결과 물량 요인의 기여도는 130.7%로 가장 높았다. 품목효과는 2.9%였고 가격효과는 -33.6%로 나타났다. 기존 수출 품목의 판매량 확대가 전체 성장세를 주도한 셈이다.
품목 구성도 범용치료제에 대한 의존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감기약과 알레르기약 등 범용치료제가 전체 의약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68.1%에서 지난해 77.6%로 9.5%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항생제 비중은 10.0%포인트 하락했고 호르몬제 역시 0.1%포인트 줄었다.
수출 시장도 중국·아세안·중남미 등 중소득국 중심의 구조가 강화됐다. 중소득시장 수출 비중은 같은 기간 55.6%에서 60.9%로 높아진 반면 고소득시장 비중은 43.4%에서 37.7%로 낮아졌다. 세계 의약품 수요가 고소득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의약품의 수출 구조와 글로벌 시장 흐름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분석이다.
무협은 글로벌 의약품 시장이 기술집약적 치료제 확대와 공급망 안정성 강화, 인공지능(AI) 활용 확산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도 기존 시장과 품목에 의존한 수출 구조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범용치료제와 중소득시장을 중심으로 구축한 기존 수출 기반을 유지하면서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과 고소득시장으로 수출 영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생산 공정의 병목 진단과 공정 개선, 해외 인허가와 연계한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제조·품질관리 단계에서 AI 실증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형과 복약 편의성 등을 고려한 시장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고 성분·제형별 현지 수요와 허가 난이도 등에 대한 정보 제공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슬람권 시장 진출을 위한 할랄 인증 등 시장별 맞춤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부의 ‘K-소비재 수출동력화 정책’과 의약품 수출 지원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식품과 화장품처럼 의약품에서도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평판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생산·품질 고도화부터 해외 인허가 대응, 현지 시장 안착까지 전주기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의약품은 K-푸드, K-뷰티처럼 우리 수출을 견인할 잠재력이 충분한 분야이지만 그간의 성장은 주로 범용제품의 물량 확대에 기반해 왔다”며 “제약사의 기술 고도화와 정부의 전주기 지원이 어우러진다면 세계시장에서 쉽게 대체되지 않는 K-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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