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설비투자 반도체 중심 높은 증가세 지속

AI 관련 금속가공·전기장비·기계장비 생산도 양호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 0.3%…구매력 회복 제한

7월 소매판매 0.8%↓…“경기 개선 가계소득 파급 미흡”

평택항 [헤럴드경제 DB]
평택항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경기 회복의 온기가 가계까지는 충분히 번지지 않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기업의 AI 관련 투자가 생산과 수출을 끌어올리는 반면 실질임금 회복이 더디면서 소비는 상대적으로 완만한 개선에 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AI 관련 투자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기 개선을 이끄는 핵심 축은 반도체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금속가공과 전기장비, 기계장비 등 AI 투자와 연관된 산업의 생산도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8월 수출은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을 중심으로 전년 동월 대비 68.7% 증가했다. 설비투자 증가율 역시 6월 22.5%에서 7월 24.9%로 확대됐다. 기계류 투자는 21.3% 늘어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AI 인프라 투자 관련 부문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생산도 개선 흐름을 유지했다. 7월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3.1%로 전월 4.4%보다 낮아졌지만 2분기 평균인 2.9%를 웃돌았다.

문제는 기업 투자와 수출에서 시작된 경기 개선이 가계의 구매력 확대로 충분히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KDI는 “경기 개선이 가계 전반의 소득으로 충분히 파급되지 못하면서 소비 개선세는 완만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체 근로자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3%에 머물면서 가계 구매력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다. 내구재 판매가 전월 10.3% 증가에서 4.1% 감소로 돌아서며 전체 소매판매를 끌어내렸다.

품목별로 보면 승용차 판매 증가율이 11.9%에서 -2.5%로, 가전제품은 13.0%에서 -0.8%로 각각 감소 전환했다. 통신기기 및 컴퓨터도 14.7% 증가에서 14.2% 감소로 크게 꺾였다.

KDI는 승용차 판매 감소에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와 주요 업체 판촉행사 종료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통신기기·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같은 달 통신사의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봤다.

준내구재 판매도 0.2% 감소했다. 지난해 같은 달 소비쿠폰 지급 등에 따른 높은 기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월별 변동성을 줄여 봐도 소비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다. 6~7월 평균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지만 올해 1분기 평균 증가율인 3.2%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서비스 소비 역시 주춤했다. 7월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은 3.5%로 전월 5.4%보다 낮아졌다. 소비와 밀접한 도소매업 증가율이 4.1%에서 0.1%로 크게 축소됐고 숙박·음식점업은 1.1% 증가에서 1.0% 감소로 돌아섰다.

수출과 투자 호조에도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다. KDI는 “중동 정세 불안과 미국의 통상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최근 경기 흐름은 AI·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부문의 개선과 가계 소비의 더딘 회복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높은 증가세가 임금과 가계소득 증가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가 향후 내수 회복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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