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미래전략연구소 ‘희토류 공급망 재편’ 분석
韓 경쟁력으로 고도화된 제련기술·수요처 지위 제시
美 테네시 통합제련소·희토류 재활용 공장 추진
2030년까지 희토류 분리·정제 기술 개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중국 중심의 희토류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의 제련·재활용 기술이 한국의 희토류 공급망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자체 광산이 부족한 만큼 폐자석·폐가전에서 희토류를 다시 뽑아내는 ‘도시광산’을 키워야 한다는 국책은행의 분석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KDB미래전략연구소는 지난 2일 발간한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재편 동향’ 보고서에서 특정 국가의 희토류 수출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며 한국이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으로 ‘고도화된 제련 기술’과 ‘수요처로서의 지위’를 꼽았다.
희토류는 전기차 구동모터와 해상풍력 발전기뿐 아니라 미사일과 전투기 등 첨단 무기체계에도 들어가는 전략자원이다. 특히 희토류 수요의 상당 부분은 고성능 영구자석에 집중된다. 네오디뮴 자석 등에 쓰이는 중희토류는 첨단산업과 방산 분야에서 중요도가 높다.
문제는 공급망이 일부 국가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희토류 제련·분리와 자석 제조 등 후공정 가치사슬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수출통제까지 이어지면서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중국 밖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 희토류 광산 자원은 부족하지만 비철금속 산업에서 오랫동안 축적한 제련·회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판단이다. 대규모 화학공정을 제어하고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에서 유가금속을 분리하는 기술이 폐가전이나 폐자석에서 광물을 회수하는 도시광산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광산은 이미 사용한 전자제품이나 모터, 자석 등을 일종의 ‘광산’으로 보고 안에 들어 있는 금속을 다시 추출해 쓰는 방식이다. 해외 광산 개발에 비해 원료 확보처를 다변화할 수 있고 폐기물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자원순환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연구소는 고려아연을 이런 전략의 대표 사례로 들었다. 연구소는 “고려아연은 미국 내 희토류 재활용 사업 등을 전개하며 미국 주도 공급망 내 핵심 파트너 지위 확보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미국 내 핵심광물 11종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프로젝트 크루서블)와 폐영구자석에서 희토류를 추출하는 희토류 재활용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현재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서 ‘프로젝트 크루서블’로 불리는 대규모 통합제련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아연·연 등 비철금속뿐 아니라 미국이 전략적으로 필요로 하는 핵심광물을 한 곳에서 생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희토류 자체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고려아연은 올해 4월부터 2030년 12월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희토류 가공 K-플랜트 핵심장비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 이에 앞서 폐모터에서 희토류 혼합물을 회수하는 자체 기술도 개발했다. 앞으로 회수 단계에서 한발 더 나아가 희토류를 종류별로 분리하고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까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은 고려아연이 기존 제련소에서 해오던 ‘부산물에서 돈 되는 금속을 다시 뽑는 기술’의 연장선에 있다. 아연과 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나 각종 2차 원료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을 고도화해 왔다. 최윤범 회장이 2022년 취임한 이후에는 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 소재·자원순환을 세 축으로 하는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하며 전자폐기물 재활용 사업도 확대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축적한 제련·회수·자원순환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는 한편,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에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