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만톤 규모 車강판 전기로 제철소 건설
정의선 “차세대 모빌리티·AI 기반 구축 기여”
현대차·기아 생산기지 인접…통상 리스크↓
탄소 저감 기술 적용…글로벌 철강사 도약
[헤럴드경제(도널슨빌)=권제인 기자] 현대제철이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첫 삽을 떴다.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생산 거점이자, 탄소저감 생산체제로의 전환에 앞장서는 전진기지로서 역할을 다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이를 통해 미국 모빌리티 산업에 이바지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한 발 더 도약한다는 목표다.
4일(현지시간)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 도널슨빌에서 HPLS 기공식을 개최했다. 총 58억달러(약 8조원)가 투입되는 HPLS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다. HPLS는 올해 4분기 착공에 들어가 2029년 1분기부터 연간 270만톤의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을 생산한다.
정의선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이곳에서 생산되는 철강은 현대차그룹은 물론 미국의 자동차 기업들이 차세대 모빌리티를 생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서 발전 분야에 이르기까지 핵심 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더 안전한 일터를 조성하는 데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HPLS는 철강산업이 보다 자원순환적이고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라며 “혁신과 지속가능성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이곳 루이지애나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美 철강 수요·가격 모두 매력…현지 생산 승부수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 내 투자계획과 함께 HPLS 건설을 발표한 바 있다. 현대제철은 이에 발맞춰 지난해 5월 현지 프로젝트 전담 조직 ‘북미철강사업부’를 신설하고 6월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법인을 설립한 뒤, 설비 계약과 지분 출자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다.
현대제철이 미국을 해외 생산 기지로 점찍은 이유로는 현지 시장의 견조한 수익성과 높은 수요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쇳물을 생산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매년 2000만톤 이상의 철강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열연강판과 냉연도금강판 등 고부가제품 위주의 판재류는 매년 1000만톤 이상이 수입돼 전체 수입 물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생산 국가다.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1024만대로, 미국 정부가 자국 내 생산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생산 규모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 가격 역시 최고 수준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열연강판 내수 가격은 톤당 약 1200달러로, 아시아와 유럽 대비 30% 이상 높다. 이에 국내 대비 천연가스, 전력 등 에너지 비용이 저렴해 물류비 절감에 따른 원가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
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HPLS는 현대차그룹의 통상 리스크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3월 미국 정부는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위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외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같은 해 5월에는 관세를 50%로 재인상했다. 무역장벽의 영향으로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254만톤을 기록해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기공식에서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철강 기술과 제조역량,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노동력이 만나면 압도적인 산업적 기회로 이어진다”며 “서로의 강점을 연결해 양국의 경쟁력을 함께 높이는 것이 한미 협력의 새로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철도·미시시피강·車공장 밀집…도널슨빌 입지 강점
오는 2029년 HPLS가 본격 가동되면 루이지애나 지역은 아칸소, 앨라배마 등과 더불어 미국 남부 주요 철강 벨트로 부상하는 동시에 인근 대규모 천연가스 단지, 수소 생산 허브, 탄소포집·저장(CCS) 시설 등과 연계해 제조업 핵심 클러스터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HPLS가 건설되는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 지역은 인근에 미국 대형 철도사들의 노선이 위치해 있어 육상 물류 요충지로 손꼽히고 있으며, 미시시피강 유역으로 파나막스급(약 7만톤) 선박 접안이 가능한 항만을 구축할 수 있어 해상 운송 접근성도 탁월하다. 철강 원료와 제품 수송 등 물류의 흐름이 중요한 철강산업에 있어서는 최적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루이지애나주 거점 도시인 인구 83만명의 주도 배턴루지, 인구 96만명의 뉴올리언스 등과 1시간 내외의 거리로 인접해 제철소 운영에 필요한 인적 자원 확보에도 유리한 장점이 있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물론 GM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 테네시 공장, 혼다 앨라배마 공장 등 유수의 글로벌 완성차업체 공장과의 접근성도 우수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체계 구축이 가능하다.
고로 대비 탄소 70%↓…수소환원제철·글로벌 도약 전진기지로
HPLS는 탄소저감 생산체제 전환의 전진기지로 활용된다. 원료 생산 설비(DRP)에서 철광석과 천연가스를 이용해 직접환원철(DRI)을 생산해, 고로 쇳물 대비 탄소 발생량을 약 70%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에는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해 수소환원제철 실현에도 앞장선다. 현대제철은 HPLS의 생산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면 해당 생산체계를 국내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고품질의 자동차강판을 직접 생산·공급함에 따라 향후 글로벌 브랜드 가치 제고 및 미국 내 현지 판매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 글로벌 고객사들이 현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에서 자동차강판을 비롯한 고부가 판재류 생산이 가능한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함으로써 국내외 고객사의 다양한 요구에 적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미국에서의 안정적인 사업 기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의 해외 신규 고객 확보도 가능해질 것으로 현대제철은 보고 있다. 현지 고객사 대응을 통해 쌓은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유럽 등 선진 시장의 고객을 신규 유치하고, 당진제철소와 순천공장 등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 제품을 해외에 확대 공급함으로써 침체된 국내 철강 수요를 대체하고 수출 증대를 통한 무역 수지 개선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제철소 건설이 아니라 미래 철강산업과 수소 생태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