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 대상 모호…사실상 파업 허용

노동위, 대기업 쟁의조정 74% 조정중지

조정중지 땐 ‘합법’ 파업 도화선 지적

하청 노조 가세 땐 경영 부담 가중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 관계자들이 총파업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주 4.5일제 도입을 비롯한 입금 협상에 나섰으나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국책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정책까지 겹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1차 총파업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창빈 기자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예고한 가운데 노조 관계자들이 총파업 준비를 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지난 4월부터 주 4.5일제 도입을 비롯한 입금 협상에 나섰으나 노사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의 국책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정책까지 겹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해 1차 총파업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윤창빈 기자

정부가 지난 3일 노동조합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요구’나 ‘호남 반도체 공장 신설 반대’ 등은 의무적 교섭대상 및 조정·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시행지침을 내놨다. 다만 올해 들어 현장 혼선이 지속되며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대기업 노조 70% 가량은 이미 파업권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공장 신설 및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도입에 따른 인력 배치’를 쟁의 대상에 포함, 경영계 안팎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선 정부가 노사 갈등의 조율자 역할에 소극적으로 나서 오히려 파업 분쟁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4일 나경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이 노동위원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대기업 및 계열사 노조가 제기한 노동쟁의조정 신청 총 31건 중 74%(23건)이 ‘조정중지’로 마무리됐다.

노사 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을 때 제3자인 노동위원회에 중재를 요청한 뒤 조정중지 처분을 받으면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기업별로 보면 계열사별 노조가 신청한 쟁의조정 신청 중 조정중지 처분을 받은 경우는 ▷삼성전자 계열사 10건 중 4건 ▷현대자동차 계열사 10건 중 7건 ▷한화 5건 중 5건 ▷포스코 3건 중 2건 ▷HD현대 3건 중 3건 ▷롯데 1건 중 1건이었다.

이밖에 노조가 노동위 조정안을 받아들인 ‘조정안 수락’이 1건, 노조가 조정 신청을 철회한 ‘취하’가 2건, 노동위가 조율 주체로 들어가는 ‘행정지도’ 1건, 심의가 끝나지 않은 ‘처리 중’이 4건이다. 대기업 노조의 경우 조정중지 처분을 받은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공기업 및 중소기업을 합쳐 올해 노동위에 접수된 모든 쟁의조정 신청 총 603건 중 조정중지 처분 비율은 34.2%(206건)로, 대기업 계열사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조정중지 비율이 높은 것을 보면 결과적으로 정부가 파업 중재에 대한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도 원청과 교섭할 권리가 커진 데다 쟁의 기준이 확대된 만큼 노동위원회가 중재 기능을 강화해야 하는 것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재계에선 수차례 노동위원회 측에 ‘행정지도’ 처분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달라는 요구를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노동정책본부 이사는 “명확하게 노동쟁의 대상이 아닌 사항으로 노조가 쟁의 신청을 할 경우, 행정지도 처분을 내려줄 것을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노동위 측에선 별도 회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지도를 내릴 경우 노조가 당장 파업할 수 없고,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올해 노동위가 행정지도 처분을 내린 건 1건뿐이다.

협력사 직원 7000여명을 직고용하겠다는 포스코 발표 이후 노조는 즉각 노동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지만, 행정지도 처분이 내려지며 파업 위기는 일단락됐다.

포스코는 올해 임금 협상안에 직고용 관련 안건을 다시 올리겠다며 논의를 보류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