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룩스 前주한미군사령관, CSIS 대담서 “北, 대화 문 열어둬”

빅터차 “北, 美 중간선거 결과 기다릴 가능성”

한미훈련 축소에 “동맹에 무례한 행동” vs “핵실험 안한 北에 상응조치”

브룩스 “내달 한미일 ‘프리덤에지’ 훈련 취소되지 않는게 매우 중요”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첫 북미 정상회담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첫 북미 정상회담장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이르면 올해 11~12월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북한으로부터) 끊임없이 신호가 보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서는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미국에는 같은 수준의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문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당장 대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면 이와는 다른 신호를 보냈을 것이라며 “지금은 준비돼 있지 않다”는 메시지도 동시에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미) 양측 모두 올가을 접촉 지점을 만들고 싶어 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실질적인 후속 논의를 할 기회를 가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는 11월부터 미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2월 사이를 “가장 이른 (북미 정상회담) 가능 시점”으로 꼽았다.

다만 정상회담이 일찍 열릴수록 ‘보여주기’ 성격이 강해지고, 늦어질수록 실질적인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두 일정(중간선거와 G20 정상회의)이 모두 지난 이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북한 입장에서 “하나의 안보 보장(핵무장)을 다른 형태의 안보 보장으로 교환할 수 있다면” 비핵화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지금까지 북한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동시에 조건부이기도 하다”면서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의 발언이 “평소와 같은 강경파 역할을 하면서도 문은 열어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관점에선 11월 중간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이후 자신들의 지렛대가 더 강해질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며 “북한은 회담 전에 중간선거 결과를 확실히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본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부르는 이벤트를 기획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G20 정상회의는 12월 14∼15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트럼프 내셔널 도랄 리조트에서 열린다.

그는 “트럼프가 북한을 G20에 초청하는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다면서 “그렇게 한다면 미국이 G20을 개최하는 가운데 전 세계의 관심을 한데 끌어모을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1기 때의 북미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데다 당시와 달리 중국·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북한이 회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지만, 그럼에도 북한에는 회담에 나설 유인이 충분히 있다고 차 석좌는 분석했다.

그는 “미국과 만나는 것은 자신들이 능동적인 헤지, 즉 대안적 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과 러시아 양쪽에 대한 북한의 위치를 더 유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북한은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서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잠재적으로 쿠바에서 무엇을 할 수도 있는지를 지켜봤다”며 “북한 입장에서도 그런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일종의 접촉 지점을 유지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국의 핵잠수함 및 핵물질 농축·재처리 추진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도록 할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축소한 것이 북미 회담을 위한 선제적 ‘양보’라는 해석에 대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은 데 대한 (미국의) 상응 조치” 차원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미 훈련 축소가 북미 대화의 문을 여는 데 효과는 있다면서도, 훈련 축소는 “동맹에 대한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며 군의 대비 태세,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 북·중·러에 대한 억지 효과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다음 주 실시될 예정인 한국·일본·미국의 3국 훈련(프리덤 에지)이 특히 중요하다. 그 훈련이 취소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mokiy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