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펌프·데이터센터서 미래 먹거리 발굴
26년 경영 원칙은 ‘끊임없는 변화’
M&A로 특장차서 냉난방공조까지 확장
中과 경쟁하려면 차별화된 제품 필요
[헤럴드경제=부애리 기자] “시장이 전개됐을 때 기다리지 말고 공격적으로 쫓아가야 합니다.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고 서 있으면 안 됩니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은 1일 오후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0년 오텍을 창업한 이후 특장차에서 냉난방공조, 냉동·냉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온 강 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히트펌프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히트펌프 시장 커질 것”…AI 데이터센터도 공략
강 회장은 “히트펌프 기술이 굉장히 중요하고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히트펌프는 외부 공기 등의 열을 흡수해 난방과 온수에 활용하는 고효율 냉난방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보일러 대신 전기를 활용하는 ‘난방 전기화’가 확산하면서 히트펌프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오텍캐리어의 가정용 공기열 히트펌프는 지난달 정부의 난방 전기화 사업 지원 대상 제품으로 선정됐다.
오텍캐리어는 가정용 히트펌프 시장 공략에 나서는 동시에 향후 상업·산업용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의 경쟁에 대해 강 회장은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만 하면 된다”라며 “특히 상업용이나 산업용 쪽은 우리가 더 잘한다”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히트펌프 시장에서 자신감을 보이는 배경에는 오랜 냉난방공조 사업 경험과 글로벌 기술 네트워크가 있다. 오텍캐리어는 글로벌 캐리어와의 합작을 기반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구축된 연구개발(R&D) 네트워크와 기술·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축적된 관련 기술 및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국내 사업에 접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이를 ‘기댈 언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로(0)에서 새로 개발하려면 엔지니어 500명을 데려다 놓고 엄청나게 큰 연구소에서 해야 하지만 우리는 기댈 언덕이 있다”라며 “기술이 없어서 기대는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신기술을 계속 유입해 항상 접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확산과 함께 커지고 있는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도 오텍그룹이 공략하는 새로운 성장축이다. 강 회장은 “현재 수주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만 약 2800억원”이라고 말했다.
오텍캐리어는 최근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 기업이 수도권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1차 48㎿ 규모 사업에 대형 냉동기인 칠러(chiller) 공급을 수주했다. 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쌓은 데이터센터 냉각 경험과 국내 200곳 이상의 서비스망을 캐리어의 강점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냉동·냉장 분야의 에너지 효율화에서도 성장 기회를 찾고 있다. 그는 “에어컨은 1년에 3개월 정도 집중적으로 사용하지만 냉동·냉장 설비는 24시간 365일 돌아간다”라며 에너지 절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텍그룹 계열사 CRK(옛 오텍캐리어냉장)는 인버터 기술을 적용해 전력 소비를 낮춘 냉동·냉장 제품을 개발해 왔다. 향후 에너지 효율 기준이 강화되면 고효율 제품 수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앞서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강 회장은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한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1~2022년 1조원을 웃돌았던 매출은 이후 소폭 줄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은 23억원으로 전년 149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그는 “작년에 비해서 올해는 10% 미만 성장”이라면서 “히트펌프나 데이터센터, 가정용에서 상업·산업용으로 바꾸는 과정을 지금 거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 신사업의 성과는 내년부터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6년 경영 원칙 ‘30·30·30’…“끊임없이 변해야 성장”
2000년 오텍을 창업해 26년간 회사를 키워온 강 회장의 경영철학은 끊임없는 변화다. 그는 이를 ‘30·30·30’이라는 숫자로 설명했다. 강 회장은 “30% 성장해야 하고 상품의 종류도 30%는 바꿔야 한다”라며 “세상의 변화 속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회사 구조도 30%는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텍그룹의 사업 영역을 넓혀온 또 다른 축은 인수합병(M&A)이다. 특히 2011년 캐리어에어컨 인수는 그룹의 외형과 사업구조를 바꾼 전환점이 됐다. 강 회장도 당시 결정을 “굉장히 중요한 결단”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새로운 공장을 처음부터 짓는 것보다 M&A를 통해 이미 갖춰진 인력과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조직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효율적인 성장 방식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강 회장은 “M&A를 통해 새로운 인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며 “일관되고 오래된 문화는 잘못하면 쇠퇴할 수 있는데 서로 섞이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단순히 M&A로만 끝나는 게 아니다”라며 “좋은 회사를 인수해서 내 생각과 역량을 발휘해 회사를 키워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M&A와 함께 자체 신제품 개발도 성장 방식으로 꼽았다.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오텍의 출발점인 특장차다. 그는 장애인용 고속버스와 관광버스 등 국내에서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특수목적 차량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
“中企서 중견기업 되니 지원 사라져”…‘성장 사다리’ 필요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느낀 아쉬움도 있었다. 강 회장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금융·정책 지원이 급격히 줄어든 점을 꼽았다. 그는 “50억원대 중소기업에서 시작해 매출 1조원대까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일 아팠던 게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시절에는 정책금융과 공공 조달 등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강 회장은 “중소기업일 때는 금리 지원을 비롯해 관납 가점 등 여러 혜택을 받았지만, 중소기업을 벗어나는 순간 모든 금융정책이든 정부 정책이든 지원이 없어졌다”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이라는 지원의 울타리에서 벗어났지만 대기업들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해서 곧바로 대기업과 같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중소기업을 하다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이 0.6% 정도”라고 말했다. 중견기업으로 올라서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데, 어렵게 성장한 기업이 마주하는 또 다른 벽은 ‘지원 단절’이다. 중소기업 시절 받던 금융·정책 지원은 줄어드는 반면 더 큰 기업들과 경쟁해야 해 지속적인 성장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中 극복해야 생존…‘우리만 찾는 제품’ 만들어야”
강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제조기업과의 경쟁도 피할 수 없는 과제로 꼽았다. 그는 “결국 중국을 극복해야 생존하는 것”이라며 “한국에만 팔 것이 아니고 전 세계에 판다면 그걸 극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한국 기업만의 차별화된 영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케이팝 등을 예로 들며 “뛰어난 개척자들이 자기 길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제조업에서도 다양한 기능과 고효율 등을 차별화 방안으로 꼽았다. 강 회장은 냉수와 온수를 동시에 생산하거나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온도의 온수를 구현하는 기술 등을 사례로 들며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만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러면서 계속 진화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이 걸어온 길=▷1955년 서울 출생 ▷1981년 한양대 사학과 졸업 ▷1982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1982년 서울차체 입사 ▷2000년 오텍 설립 ▷2011년 캐리어에어컨 및 캐리어냉장 인수 ▷2015년 대한장애인보치아연맹 회장 ▷2020년 한국냉동공조산업협회 회장 ▷2024년 대한기계설비단체총연합회 회장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