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연구팀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임상시험에 참여할 수 있는 다발골수종 환자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임상연구 코디네이터(CRC)가 약 2주에 걸쳐 수기로 하던 적격성 검토를 수십 초로 줄인 것이 핵심이다.
2일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은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 주도로 해당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다발골수종센터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외부 예산이나 타 부서 지원 없이 의료진이 직접 개발했으며, 지난 4월 개발에 착수해 약 2개월 만에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했다. 연구팀은 특허 출원과 프로그램 저작권 등록도 마쳤다.
다발골수종은 골수의 형질세포가 악성으로 증식하는 난치성 혈액암이다. 재발과 불응이 반복되는 특성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이 활발하지만, 기존에는 담당 교수가 등록 대상 임상시험을 공지하면 코디네이터가 환자별 전자의무기록을 직접 확인해 등록·배제 기준과 대조해야 했다. 이 과정에는 통상 2주가 걸렸다.
최근 임상시험은 이전 치료 횟수와 특정 약제 불응성, 조혈모세포이식 경험, 이전 치료 종료 후 경과 기간 등 치료 이력뿐 아니라 신장·간 기능, 혈액 수치, 감염 여부 등 실시간 검사 조건까지 함께 요구한다. 하나의 임상시험에서도 환자군별 기준이 다른 경우가 있어 사람이 직접 판단하는 과정에서 오류나 누락이 생길 수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이 과정을 세 단계로 자동화했다. 먼저 전자의무기록을 정리해 환자별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치료 횟수와 약제 불응 여부, 조혈모세포이식 경험 등을 정리한다. 이후 대규모 언어모델이 임상시험 문서의 참여·제외 기준을 읽어 컴퓨터가 비교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환자가 어느 환자군에 해당하는지도 구분한다. 마지막으로 환자의 최신 검사 결과를 임상시험 기준과 대조한다.
프로테아좀억제제·면역조절제·항CD38 항체 등 여러 계열 약제에 대한 반응 여부를 바탕으로 이중·삼중 불응 여부도 자동으로 계산하도록 했다. 확인할 검사 결과가 없는 환자는 곧바로 ‘참여 불가’로 처리하지 않고 ‘보류’로 분류해 이후 검사 결과가 추가되면 다시 판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사망한 환자는 참여 가능 목록에서 자동 제외된다.
이처럼 치료 이력과 최신 검사 결과, 임상시험별 참여 기준을 한 번에 대조해 대상자 선별 과정을 자동화한 것이 이번 소프트웨어의 특징이다.
선별 결과는 참여 가능·보류·참여 불가로 구분되며, 환자별로 어떤 기준을 충족했고 충족하지 못했는지도 근거와 함께 제시된다. 결과는 요약문과 엑셀 파일로도 생성된다. 실제 운영 결과 수천명 규모의 환자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확인하는 데 수십 초, 환자 한 명을 자세히 판정하는 데는 몇 초가 걸렸다.
연구팀은 핵심 로직에 대해 800건 이상의 검증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임상적 정확도에 대한 검증 연구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다발골수종센터는 현재까지 18개 임상시험의 기준을 등록해 해당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민창기 혈액내과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신약이 가장 빠르게 도입되는 혈액암이지만, 그 기회를 환자에게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손과 시간에 기대어 왔다”며 “이번 소프트웨어는 오랜 기간 축적해온 다발골수종 환자 레지스트리라는 자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팀은 임상적 정확도 검증 연구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적용 범위를 다른 혈액암으로 넓히고, 원내 임상연구 관리 시스템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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