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국 4개 권역 구분 요금 인하
지역따라 ㎾당 최대 12원까지 격차
기계·철강 등 전력 다소비 중기업계
에너지 비용 비중 따른 차등 목소리
“어려울 때 전기료를 내려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죠. 다만 지난 몇 년간 오른 걸 생각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느낌도 있습니다.”
한 제조업체는 최근 경기 부진 속에서도 매달 4000만원대의 전기료를 내고 있다. 한전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산업용 전기요금을 7차례 올리면서 이 기간 요금은 약 80% 상승했다. 업체 관계자는 “전기료 부담이 워낙 커진 상황이라 이번 인하로 숨통은 트이겠지만 체감할 정도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수출 중심 제조업체는 월 매출 약 25억원 가운데 에너지 비용이 14%가량을 차지한다. 과거 10% 안팎이던 매출액 대비 전기료 비중이 전기료 상승과 함께 커졌고, 최근 업황까지 부진해 비용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 업체는 이번 제도에 따른 전기료 절감 폭을 2~5%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체 대표는 “경기가 워낙 어려워 전기료가 조금 내려간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매출의 약 70%가 수출에서 나오는 만큼 원가 경쟁력에는 분명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 설계안에 대한 중소기업 현장의 반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산업용 평균 판매단가인 1㎾h당 181.9원을 기준으로 수도권 북부는 6~10원(3~5.5%), 중부권은 10~15원(5.5~8%), 남부권은 13~18원(7~10%)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정부는 산업계 전체 전기요금 부담이 연간 약 2조8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산업계는 일단 환영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기계·섬유·철강 등 주요 업종별 협회를 포함한 21개 경제·산업단체는 같은 날 공동성명을 내고 기업의 전력비 부담 완화와 투자 촉진 효과를 기대했다. 정부도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수도권으로 기업과 전력 수요를 분산한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는 지역뿐 아니라 업종별 전력 사용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물업은 고철을 녹이는 공정에서 많은 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전력다소비 업종이다. 한 주물업체 관계자는 “업종에 따라 매출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비용이 5~6%에 불과한 곳도 있지만 주물·철강은 13~18%에 이르기도 한다”며 “같은 지역이라도 부담이 다른 만큼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업종을 고려해 요금을 차등하는 방안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지역별 인하 폭에 따른 온도차도 있다. 인천은 수도권 북부로 분류돼 산업용 요금이 최대 5.5% 낮아지는 반면 남부권은 최대 10% 내려간다. 인천의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경인지역은 인건비가 비싸고 환경규제 등 제조업체가 부담하는 비용도 큰데 지방 업체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며 “지방 업체들의 전기료까지 더 낮아지면 경인지역 기업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기대하는 기업의 지방 이전 효과에 대해서는 현장의 시각이 보다 신중하다. 공장 이전·신설에 드는 비용과 기존 산업 인프라가 전기료보다 입지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공장을 이전하는 비용이 과거보다 두세 배는 들고 지금은 경기마저 좋지 않아 신규 투자 여력이 거의 없다”며 “자동차나 기계 등은 관련 업체들이 이미 특정 지역별로 모여 각자 인프라를 형성하고 있어 전기료만 보고 공장 위치를 결정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봤다. 홍석희·김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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