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방산의 약진은 눈부시다. 전차와 자주포에서 미사일, 항공기, 함정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무기체계가 세계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성공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K-방산이 지속 가능한 국가 핵심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제 ‘완제품을 얼마나 수출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강력한 방산 생태계를 구축하느냐’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우선 무기체계의 첨단화에 필요한 공급망부터 재구축해야 한다. 첨단무기에는 희토류와 희귀금속, 고순도 소재와 반도체 등이 필수적이다.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은 국제정세 변화나 특정 국가의 자원 통제가 곧 방산 생산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방산수출과 자원안보를 하나의 전략으로 묶어야 한다. 희토류·구리·텅스텐·리튬 등 전략자원을 보유한 국가에 무기를 수출할 경우 전략적 구상무역(Counter Trade)을 활용해 장기 자원공급권과 공동개발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기존 절충교역(Offset)도 기술 이전과 현지생산을 넘어 상대국의 전략자원을 확보하는 ‘자원형 오프셋(Resource Offset)’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하드웨어의 저변도 넓혀야 한다. 진정한 방산강국은 완제품만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센서·레이더·반도체·전자광학·통신·엔진·특수소재 등 핵심 부품과 구성품의 첨단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우수한 민간기술을 가진 중소·벤처기업과 대학·연구기관의 방산 진입장벽을 과감히 낮춰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소프트웨어다. 미래전의 승패는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소프트웨어, 지휘통제(Control System)가 좌우한다. 이를 외국 기술에 의존한다면 진정한 방산자립이라 할 수 없다. 우리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소버린 디펜스(Sovereign Defense) AI-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방AI·전장 데이터·지휘통제체계(C4I)·클라우드·사이버보안과 무기체계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야 한다.
이제 수출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무기만 판매하지 말고 ‘무기체계+AI·지휘통제+교육훈련+군수지원+유지·보수·정비(MRO)+지속적 성능개량’을 하나의 패키지로 수출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K-방산 연환계(連環計)’라고 부르고 싶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방산 수출과 자원 확보, 현지생산과 MRO, 성능개량과 후속 무기 도입을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결국 한 번의 수출을 30년의 시장으로 만드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범정부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뿐 아니라 산업·과학기술·외교 분야와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함께하는 K-방산 저변 확대 국가전략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국방부는 시대적 우선순위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세계는 AI·무인체계·우주·사이버와 핵심광물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사관학교 통합과 같은 소모적 논란에 행정력과 사회적 에너지를 쏟기보다 앞으로 20~30년 대한민국의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무엇으로 지탱할 것인지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K-방산의 1막이 ‘무기를 잘 만드는 기적’이었다면 2막은 ‘세계 방산 생태계를 연결하고 주도하는 도전’이어야 한다. 완제품을 파는 나라를 넘어 공급망과 기술, 소프트웨어와 MRO까지 함께 수출하는 나라로 도약해야 한다. 지금이 ‘K-방산 연환계’를 구축할 때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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