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서울성모병원이 국내 마지막 탄광이 위치한 삼척시 도계읍에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진폐증’ 현장 교육을 진행했다. 의학 교과서를 넘어 직업성 질환 연관성이 높은 현장에서 전공의 교육에 나선 것이다.
서울성모병원은 지난 11일 총 9명의 의료진이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에 위치한 탄광을 찾았다고 28일 밝혔다. 참여 의료진은 명준표·강모열·이종인·박민영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김서영 임상강사, 권오휘·김효정·이찬영·김동근 전공의 등이다.
현장 방문은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직업병에 노출된 근로자들의 건강을 살피기 위해 마련됐다. 1960년대 국내 최초로 직업보건 전문 기관을 열었던 서울성모병원은 정기적으로 현장 방문을 수행 중이다.
특히 이번 방문에는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 4명이 참여했다. 병원을 찾는 진폐증 환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실제 작업 환경과 직업성 질환의 연관성을 직접 경험하기 위함이다. 국내 전공의 수련병원 중 유일하게 진폐증 전문 치료를 제공 중인 서울성모병원이 20년 넘게 운영한 온 현장 수련 프로그램의 일환이기도 하다.
의료진은 진폐 재해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열었다. 경동광업소 탄광 현장 내 막장(석탄을 캐는 가장 깊은 곳)을 체험하기도 했다. 전공의들은 갱도 끝까지 내려가 석탄을 채취하고 운반하는 광부들의 삶을 몸소 겪었다. 진폐증의 요인이 되는 열악한 환경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김동근 전공의는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고 이론적으로 공부하는 것으로 진폐와 진폐의 원인을 이해한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막장까지 내려가 탄분진 등 진폐를 일으키는 유해 요인을 몸으로 체험한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라며 “이날의 경험이 환자 진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밝혔다.
탄광 산업 감소로 진폐증은 잊힌 병으로 알려져 있으나, 분진으로 인한 직업성 폐질환인 진폐증은 여전히 업무상 질병 사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2024년 공개한 산업 재해 현황에 따르면 있는 진폐증 환자는 약 2만명, 진폐 사망자는 506명에 달했다.
명준표 교수는 “전공의가 환자 곁과 작업 현장을 함께 경험해야 환자 진료에 마음을 다하고, 산재 판정 시 현장을 이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내년에 탄광이 문을 닫게 돼도, 앞으로도 꾸준하게 사업장 현장을 방문하여 진폐 재해자 건강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폐증은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관리하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지만, 진단 이후 진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여 조기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진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지난 1962년 국내 최초로 직업보건 전문 기관인 직업환경의학센터를 설립했다. 이어 1965년 직업병 클리닉 개설, 1973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민간 직업보건협력기관(WHO Collaborating Center for Occupational Health)로 지정되기도 했다.
특히 석면폐증, 악성중피종, 폐암, 폐섬유증, 진폐증 등 직업성·환경성 호흡기질환의 진단·보상·예방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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