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협력사 불안한 납품 재개
선금 받고 나서 납품, 물량은 줄어
회생계획안 기한 다가오며 긴장감↑
“기존 대출 잣대론 한계” 지원 요구
“회복됐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겨우 호흡기를 댄 정도예요.”
홈플러스가 영업을 재개한 지 약 2주가 지났지만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경영난은 이어지고 있다. 영업 재개와 함께 납품이 다시 시작되면서 일부 현금이 돌기 시작했지만, 미정산 납품 대금이 채권으로 묶여 있는 데다 납품 물량도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다.
홈플러스에 커피 등을 납품하는 A사 대표는 27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선금을 받고 다시 납품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기존에 받지 못한 납품 대금은 그대로 채권 형태로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납품 재개했지만 경영난 회복은 미지수=현재 홈플러스는 정상화 과정에서 일부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납품 대금을 미리 지급한 뒤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A사 대표는 “선금을 받고 납품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선금이 들어오면서 자금이 회전하고 있고 여기에서 나오는 일부 이익으로 최대한 버티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납품 규모는 과거보다 줄었다. 점포 수가 감소한 데다 홈플러스가 재고를 대규모로 확보하기보다 판매 속도가 빠른 상품을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만 발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A사는 현재 판매 예상치를 토대로 일주일이나 열흘 단위의 물량을 산정해 발주받고 있다.
A사 매출에서 홈플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홈플러스의 경영난이 장기화하면서 A사는 다른 유통채널 확보에도 나섰지만 단기간에 새로운 판로를 뚫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사 대표는 “새로운 채널을 계속 찾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홈플러스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라며 “이쪽이 살아야 같이 다 사는 것”이라고 했다. 영업 재개는 그나마 협력업체들에 버틸 시간을 벌어줬다. A사 대표는 현재 상황을 두고 “희망은 생겼다”라면서도 “호흡기를 댄 정도다. 심폐소생을 하는 것이지 아직 살아날 정도는 아니다”라고 표현했다.
앞서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서도 홈플러스 협력업체들의 심각한 자금난이 확인됐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상공인 150개 사를 조사한 결과, 납품 대금 정산 지연으로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응답은 76.7%에 달했고, 업체당 정산이 지연된 납품 대금은 평균 7억7400만원 수준이었다.
▶자금 지원 나선 정부, 현장에선 “실효성 높여야”=정부도 협력·입점업체의 경영난이 영업 재개만으로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지원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수도권 지원센터에서 홈플러스 협력·입점업체 간담회를 열고 현장 애로를 청취했다.
중기부는 홈플러스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00억원 규모의 긴급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3.85%인 금리를 3.35%로 낮추고 대출 한도도 7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했다. 중소기업에는 긴급경영안정자금 내 400억원 규모의 전용 트랙을 신설해 지원 요건을 완화하고 금리를 0.5%포인트 낮췄다. 기술보증기금도 홈플러스 협력업체를 긴급경영안정보증 대상에 포함해 기존 보증을 1년 전액 만기 연장하고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일 한스 B&F 전무는 “은행에 가면 기존 대출과 비슷하게 신용을 확인하고 담보가 있는지 등의 절차를 밟는다”라며 “기존 대출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납품업체 지원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미 대출을 받은 업체들은 상환 부담 완화를 요구했다. 김병국 담솥 대표는 “현재는 대출을 갚을 여력 자체가 부족하다”라며 “상환 계획과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협력업체들은 개별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뿐 아니라 홈플러스 자체의 정상화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홈플러스에 가공식품을 납품하는 이영주 칠갑농산 대표는 “홈플러스 문제를 한 대기업의 회생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연결된 수많은 중소 제조업체와 입점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로 봐줬으면 좋겠다”라며 “홈플러스가 살아야 협력업체도 산다”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가결 기한이 내달 4일로 다가오면서 협력업체들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병권 중기부 제2차관은 “홈플러스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되든 모든 경우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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