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공공장소서 상의 탈의 금지
운하 수영·길거리 식사 등에도 과태료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한 미국인 커플이 상의를 벗은 채 러닝을 즐기다가 수십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될 처지에 놓였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미국인 줄리아 라토프와 그의 남자친구인 장거리 육상선수 마이크 나카렐라는 지난달 베네치아로 휴가를 떠났다가 봉변을 당했다.
평소 여행지에서 러닝을 즐겨온 두 사람은 이번 베네치아 여행에서도 조깅을 하기로 결정하고, 관광객이 몰리기 전 이른 시간에 베네치아의 좁은 골목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기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마을 사람들의 불쾌한 시선이 쏟아졌다. 이유는 나카렐라가 상의를 벗은 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현지인은 두 사람을 향해 “여기는 해변이 아니야”라며 소리치기도 했다.
나카렐라는 앞서 지난주 초 피렌체에서도 상의를 벗고 달렸고, 당시 상의를 탈의한 채 달리는 다른 러너들이 있었기 때문에 베네치아에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현지인들의 따가운 시선의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했다가 의외의 규정을 확인하게 됐다. 베네치아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상의를 벗거나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행위가 금지돼 있었던 것.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250유로(한화 약 40만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베네치아에는 산마르코 대성당과 산타 마리아 델라 살루테 성당 등 역사·종교적 명소가 밀집한 만큼, 공공장소에서 복장 통제를 통해 도시의 품위와 문화적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취지로 2018년 이 같은 규정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해당 규정을 확인한 뒤 즉시 달리기를 중단했다. 숙소까지 약 3㎞ 이상 떨어진 상황에서 나카렐라는 일행의 도움을 받아 상점에서 티셔츠를 구입해 입은 뒤 숙소로 돌아갔다.
라토프는 소셜미디어(SNS)에 이러한 일화를 공유하며 “바라건대 모든 사람이 우리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항상 문화 존중하는 마음을 갖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해외 여행지에서 ‘이 정도가 법으로 금지될 수 있나’ 싶은 행동들이 실제 규정 위반이 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베네치아에서는 운하에 수영하거나 다이빙하는 경우 최대 3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다리·계단·바닥에 앉거나 눕기, 길거리 식사 등의 행위에는 최대 200유로의 벌금을 물린다. 비둘기나 갈매기에게 먹이를 줄 경우에도 25~5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되고, 시내에서 자전거를 끌거나 타는 행위, 공공장소에서의 캠핑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탈리아나 포르토피노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특정 장소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는 행위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리스 일부 고대 유적에서는 석재 바닥과 구조물을 보호하기 위해 하이힐 착용이 금지되고, 일부 카리브해 국가에서는 군복을 연상시키는 ‘카무플라주’(위장무늬) 의류의 착용이 제한된다.
여행 매체 트래블 펄스의 에릭 보먼 편집장은 폭스뉴스를 통해 “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방문 국가의 일반적인 예절뿐 아니라 도시와 관광지별 구체적인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여행 전문가나 여행 자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better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