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 위해 책 수백만권 스캔 후 폐기
시민단체 불공정 시장지배 행위 조사 촉구
[헤럴드경제=문이림 기자] 인공지능(AI) 기업들이 모델 학습을 위해 종이책을 대량으로 사들여 스캔한 뒤 폐기하는 관행을 두고 미국 시민사회에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시민단체들은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가 한정된 도서를 대량으로 없애 후발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시민단체 ‘디맨드 프로그레스 교육기금’과 미국소비자연맹(CFA) 등 18개 기관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앤드루 퍼거슨 의장과 마크 미도어 상임위원에게 공동 서한을 보내 관련 행위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AI 기업이 종이책을 대량으로 구매해 스캔한 뒤 원본을 영구 폐기하는 행위가 불공정한 시장지배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도서 대량 폐기가 후발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을 인위적으로 가로막는 ‘공급원 봉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FTC가 연방법상 불공정 경쟁 금지 규정을 적용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AI 기업들은 도서를 대량으로 영구 파괴함으로써 이들 자원에 대해 더 넓은 대중이 접근할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가장 부유한 기존 기업들만 고품질의 AI 모델을 구축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저작물 원본을 파기해 자신들만 독점적인 인류의 기록 보유자로 남는 미래를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앤트로픽은 AI 학습 자료를 구축하기 위해 이른바 ‘파나마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수백만 권의 책을 구매해 제본된 책등 부분을 절단한 뒤 스캔하고, 훼손된 책은 폐지로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아마존도 유사한 방식으로 AI 모델을 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404미디어는 1000권의 대량 주문을 받은 서점이 책에 추적장치를 부착한 결과 해당 도서가 라스베이거스의 아마존 물류창고 내 도서 스캔 시설로 향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다만 AI 학습을 위해 합법적으로 구매한 책을 사용하는 행위 자체는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온 바 있다. 앞서 미 연방법원은 작가들이 앤트로픽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소송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도서를 AI 훈련에 사용한 것은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민단체들은 저작권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불공정 경쟁에는 해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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