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료 1개당 30초, 최대 60개 동시 처리, 분석 정확도·재현성 향상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국내 연구진이 단 30초 만에 시료 희석을 가능케 할 새로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지질자원분석센터 박중헌 박사 연구팀은 분주(시료를 일정량 나누어 담는 작업)부터 질량 측정, 희석액 주입, 희석비 계산까지 시료 전처리 전 과정을 자동화한 ‘자동 질량비 희석 장치’를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팀의 신뢰성 시험 결과 희석비 정확도는 99.7% 수준으로 나타났다. 희석비 변동률은 0.321%에 불과했으며, 시료 질량 측정값의 변동률은 0.310%, 시료와 희석액을 합한 전체 질량의 변동률은 0.083%로 확인됐다. 수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업자별 편차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정확한 성분 분석을 위해서는 분석 장비에 시료를 주입하기 전 농도를 일정한 수준으로 낮추는 희석과정이 필수적이다. 기존에는 주로 부피를 기준으로 시료를 희석했다. 하지만 부피는 온도와 압력, 습도는 물론 용액의 밀도 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실제 희석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개발한 장치는 시료의 질량과 희석액 투입 후 전체 질량을 측정해 실제 희석비를 자동으로 계산하고 보정한다. 부피가 아닌 질량을 기준으로 희석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이나 용액 특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작업자가 바뀌더라도 동일한 기준으로 시료를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시료 이송과 희석액 주입, 측정값 기록, 희석비 계산 등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해 인적 오류(Human Error) 발생 가능성을 낮췄다. 연구자와 시료의 접촉도 최소화해 시료 오염 가능성을 줄이고 분석 데이터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장치에는 15mL 원심관 최대 60개, 50mL 원심관 최대 24개를 한 번에 장착할 수 있다. 분석값 교정에 활용되는 기준물질도 최대 5종까지 자동으로 주입할 수 있다.
처리 가능한 시료 용량은 50μL 미만부터 1,000μL까지이며, 시료가 담긴 높이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희석배수는 5배에서 100배까지 설정할 수 있으며, 희석액은 100μL에서 최대 50mL까지 주입할 수 있다.
질량은 0.1mg 단위로 정밀하게 측정된다. 시료 1개를 희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30~35초다. 연구팀은 최대 60개 시료를 여러 차례 반복 처리하는 시험을 통해 장치의 안정성과 내구성도 확인했다.
이 장치는 우선 수질과 토양, 암석, 광물 등 지질자원 및 환경 시료 분석에 활용될 전망이다. 나아가 미량 성분을 정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고순도 소재 등 첨단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분석 장비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분석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시료 전처리 과정까지 표준화·자동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복적인 수작업을 줄이는 동시에 시료 간 오염 위험과 작업자에 따른 편차를 낮춰 분석 정확도와 데이터 재현성, 연구 생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중헌 지질자원분석센터 박사는 “이번 장치는 그동안 분석 현장에서 반복돼 온 수작업 희석 과정을 표준화·자동화해 사람에 따른 편차를 최소화한 것이 핵심”이라며 “앞으로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분야의 초정밀 분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적용 범위를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