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검토 생략으로 중복 구축 적발

감사원, 과기부·행안부에 체계 마련 통보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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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공공 기관들이 이미 구축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거나 기관 간 사업 계획을 사전 공유하지 않아 유사한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를 중복으로 구축하며 예산을 집행한 실태가 감사원 점검을 통해 확인됐다.

감사원이 12일 공개한 ‘인공지능 산업 육성 실태 Ⅲ(AI 학습용 데이터)’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I 산업 육성 지원을 위해 2017년부터 총 1조6328억원을 투입, 학습용 데이터 908종을 구축해 ‘AI Hub’에 공개해 왔다. 이와 별도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서울시, 한국도로공사 등 26개 개별 공공 기관에서도 학습용 데이터 313종을 별도로 구축해 자체 포털 등에 개방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각 공공 기관은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 추진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방지하기 위해 이미 구축된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사전 검토하거나 기관 간 사전 공유·조정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별도의 확인 없이 개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유사 데이터를 구축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미 구축 완료된 데이터를 확인하지 않고 유사 데이터를 신규 구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가 73억8000만원을 들여 야생 동물, 생활 폐기물, 콘크리트 균열, 계란 등 이미지 데이터 4종을 구축한 이후, 서울시와 도로공사 등 5개 기관은 6억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와 유사한 데이터를 새로 구축했다. 도로공사가 2022년 구축한 로드 킬 예방 목적의 야생 동물 학습용 데이터(12종, 6만장) 중 42%에 해당하는 2만5000장은 2021년 과기정통부가 이미 구축한 데이터(11종, 약 33만장)와 유사했다. 서울시(2020년, 2303장)와 대전시 서구(2025년, 9000장)가 별도 구축한 생활 폐기물 탐지·분류 데이터 역시 2020년 과기정통부가 구축한 데이터(128종, 15만장)와 비교했을 때 각각 63%(1454장), 58%(5200장)가 유사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연도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구축 계획을 사전 공유·조정하지 않아 발생한 중복 사례도 적발됐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과기정통부가 233억원을 투입해 알약, 구강, 자율 주행 관련 데이터를 구축할 당시 식약처 등 3개 기관은 사전 조정 없이 8억4000만원을 들여 유사 데이터를 개별 구축했다. 2021년 과기정통부(4999종)와 식약처(5098종)가 별도 구축한 알약 자동 식별 이미지 데이터의 경우 1411종의 이미지가 상호 유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2023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구축한 구강 진료 이미지 데이터(1000장)는 같은 해 과기정통부가 구축한 데이터와 전체가 유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감사원은 이와 같은 기관 간 개별적인 사업 수행 방식이 국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저해할 뿐 아니라 데이터를 실제로 이용하는 기업과 사용자에게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행정안전부 장관과 협의해 개별 공공 기관이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추진할 때 기존 데이터의 대체 활용 가능성을 사전에 검토하고 기관별 구축 계획을 사전 공유 및 조정할 수 있는 사전 검토 체계를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sunp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