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은행들 수익방어 중시 갈곳없는 자금 은행으로 몰려 주거래은행 변경땐 대출 불익도 KB국민·신한은행·NH농협 우대이율 잇따라 폐지·축소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주거래 고객을 잡기 위해 파격적인 ‘덤’ 금리가 얹어졌던 수시입출금통장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은행들이 슬그머니 수시입출금통장의 우대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말 주거래통장 변경 및 해지가 가능해진 계좌이동제 2단계 실시를 앞두고 앞다퉈 우대금리가 붙은 지 불과 10개월여 만이다. 저금리에 따른 은행들의 수익방어와 시들해진 계좌이동제 효과가 그 이유로 꼽힌다.

▶“주거래통장, 이젠 우대 안해요”=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우대이율을 낮춘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우대이율 폐지와 축소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오는 23일부터 신한 주거래 S20(에스이공)통장과 신한 주거래 미래설계통장의 우대이율을 연 최고 1.75%에서 1.50%로 인하한다.

상품 출시 당시보다 기준금리가 떨어진 만큼 조정에 나서게 됐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NH농협은행도 오는 25일부터 ▷매직트리통장▷더나은미래통장▷채움샐러리맨우대통장▷진짜사나이통장 등에 적용하던 우대이율을 대폭 낮추거나 축소한다.

특히 평균잔액 규모에 따른 우대금리(0.1~1.9%)는 모두 사라진다. 카드실적이나 적금가입, 급여이체와 연계해서 얹어주던 우대이율도 없애거나 낮춘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13일부터 KB스타트통장과 KB주니어라이프통장에 적용하던 연 2.0%의 우대이율을 1.0%로 낮췄다. 이 같은 행보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우대금리 인하 왜?=파격적 우대금리로 주거래고객 모시기에 나섰던 은행들이 혜택축소에 나선데는 수익성 방어 목적이 크다.

상품 출시 당시보다 기준금리가 떨어진 만큼 수시입출금 통장의 금리도 조정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로 예ㆍ적금 상품 금리도 연 1%대인데 수시입출금 통장의 경우 우대금리를 합칠 경우 2%까지 가능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와 저금리 장기화 등의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4분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우대금리를 내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은행에 몰리면서 우대금리까지 주면서 고객유치에 나설 필요성이 사라진 것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은행 수시입출금 통장에 예치된 요구불예금 잔액(평잔 기준)은 154조117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0조원 넘게 증가했다. 17년만에 최대 증가치다.

계좌이동제 인기가 시들해진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계좌이동제가 시행 7개월 만인 지난 6월, 자동이체 변경 500만건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업계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계좌이동제는 기대한 만큼 파급력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혜택은 비슷한 반면, 대출금리 상승 등 주거래은행 이동에 따른 불이익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온라인으로 주거래은행 변경시 여전히 공인인증서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엔 인건비와 영업점 축소 등 전사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NIM(순이자마진)이 양호했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기업 구조조정 등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수익성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고객에 대한 혜택 축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