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 영문 사이트 10곳 조사
만리장성·고구려 오류 11건 확인
사이트 정보, AI 학습에 활용 돼
한국사 왜곡 확산 우려에 수정 요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내셔널지오그래픽, 유네스코(UNESCO) 등 해외 유명 기관의 영문 사이트에서 만리장성과 고구려·발해 등 한국 고대사와 관련한 오류와 누락이 다수 발견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인공지능(AI)이 공신력 있는 기관의 온라인 정보를 학습 데이터로 활용하는 만큼 잘못된 한국사 정보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글로벌 영문 사이트 10곳을 조사한 결과 만리장성 관련 5건, 발해 4건, 고구려 2건 등 총 11건의 왜곡·오류 사례를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반크는 특히 만리장성의 동쪽 끝 지점을 한국까지 확장해 서술한 사례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반크에 따르면 NASA 지구관측소는 만리장성을 설명하며 “한국에서 고비사막까지 이어진다”고 표기하고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역시 만리장성 구조물이 “한국 국경에서 고비사막까지 이어진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반크는 이 같은 서술이 중국이 고구려 성곽인 박작성을 만리장성의 일부인 ‘호산산성’으로 재구성해 동쪽 기점으로 홍보해 온 주장과 맞닿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12년 만리장성의 길이를 재산정하면서 동쪽 범위를 확대해 발표한 바 있다.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을 축소하거나 혼동을 줄 수 있는 설명도 발견됐다. 반크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는 고구려의 지배 영역을 ‘중국 북부’로만 표현해 현대 중국의 지리적 범위와 고구려의 역사적 영토를 혼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구려의 건국 연도 역시 기원전 277년과 기원전 37년으로 다르게 표기된 사례가 확인됐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고구려와 발해의 주요 활동 무대를 ‘한반도’로 한정해 설명하고 있다. 반크는 만주와 연해주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던 두 국가의 역사적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한 서술이라고 주장했다.
해외 백과사전식 사이트에서도 오류와 누락이 확인됐다. 브리태니커는 발해와 관련된 지역을 ‘중국과 한국’으로 분류하면서 대한민국을 관련 지역에서 누락했고, 엔사이클로피디아닷컴은 발해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676년 이후 신라가 한반도 전체를 지배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반크는 설명했다.
반크는 이 같은 오류가 생성형 AI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받는 기관의 웹페이지가 검색엔진뿐 아니라 생성형 AI의 학습 및 답변 생성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웹사이트 문장은 검색 엔진과 생성형 AI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된다”며 “한국사를 정확하게 바로잡는 일은 세계인에게 올바른 디지털 지식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공공외교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반크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기관들에 오류 수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생성형 AI에서 한국사 왜곡이 재생산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앞서 반크는 2021년에도 해외 유명 세계사 교과서 40권을 조사해 이 가운데 29권에서 만리장성의 범위를 평안도까지 확장해 표기한 사례를 발견하는 등 한국사 관련 오류 시정 활동을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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