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등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 기승
공무원으로 속여 특정 계좌 불러주며 입금 유도
감정적 유대 관계 쌓고 피해금 편취하는 ‘로맨스 스캠’도 주의
정부 ‘거래정지 업무처리’ 가이드라인 시행 후 4935건 적발
[헤럴드경제=서상혁 기자] 전자기기 납품 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OO시청 공무원 B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시청에서 사용할 차량용 무전기를 자신이 알려주는 도매업체 C상사에서 대신 구매해 납품해주면 차액 만큼을 A씨에게 지급하겠다는 것. “공무원인데 별일 있겠어?”라며 별다른 의심 없이 B씨가 알려준 C상사에 대금을 입금한 A씨.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시청으로부터 약속한 돈은 입금이 되지 않았다. 불안해진 A씨는 시청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은 “그런 주문을 한 적도 없고 B라는 사람도 없다”. 그제야 요즘 유행한다는 노쇼 사기에 당했다는 것을 알아챈 A씨였다.
시청 공무원이나 대학교 관계자 등 공공기관 관계자를 사칭해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노쇼 사기’가 들끓고 있다. 특정 사업장에서의 구매를 종용해 정해진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한 뒤 잠적하는 수법이다. 정부는 공무원을 자처하며 개인 휴대폰으로 금전 거래를 제안하는 전화는 각별하게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9일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신종 피싱 사기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계좌를 즉시 정지하도록 하는 ‘거래정지 업무처리 가이드라인’이 지난 6월 30일 시행된 후 지난 4일까지 신고된 노쇼 사기는 1376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4935건 중 37%였다. 보이스피싱뿐만 아니라 노쇼사기, 로맨스크캠, 투자리딩방 등 신종 피싱 사기에 대해서도 금융회사가 계좌를 일시 정지하는 제도다.
은행들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에 따라 보이스피싱 의심 계좌에 한해 지급정지 조치를 적용하고 있지만 반면 투자리딩방 사기나 중고거래 사기, 로맨스 스캠 등은 재화·용역 거래를 전제로 한 경우가 많아 현행법상 적용이 쉽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임시 조치’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신종 피싱에 대해서도 지급 정지에 나서기로 했다.
노쇼사기(대리구매 사기)는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를 가장하여 자재 등의 조달을 특정 사업체 등에서 하도록 종용하고, 조달대금을 특정한 계좌로 입금하게 한 뒤 이를 편취하는 유형의 신종피싱 범죄다.
초기만해도 식당에 예약하고 고급와인, 양주 등의 대리구매를 가장하여 피해금을 편취한 뒤 예약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식의 범죄가 많아 ‘노쇼 사기’로 불렸다.
FIU의 분석 결과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나 교도소, 학교 등 공공기관의 신분을 사칭하여 전기자재납품, 유통업, 요식업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에게 특정물품을 대리구매 하도록 종용하는 형태의 수법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었다.
당국에 따르면 교도소 직원을 사칭해 “구내 식당이 공사 중이니 출장 뷔페를 의뢰한다”며 접근해 가상의 음식 업체로 입금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었다. 또 모 시청 공무원으로 사칭해 피해 식당에 위생 민원이 접수됐다며 전화로 연락하고, 위생 점검 전까지 세균 측정기를 특정 업체를 통해 구비해야 한다고 종용하며 피해금을 뜯어낸 일도 있었다.
정부는 공공기관 직원이 휴대 전화로 전화를 걸어 계약이나 납품을 요구하지 않는 만큼, 이같은 접근에 대해서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공기관은 절대 대리구매를 요구하지 않으며, 특정 업체의 물품을 지정하여 납품할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라며 “이러한 형태의 대리구매 요청은 100% 노쇼사기이므로, 단번에 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 달 동안 신고된 로맨스스캠은 15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유명인, 전문직 등 신분을 사칭하여 접근한 뒤, 피해자와 감정적 유대 관계를 형성한 뒤 각종 비용 납부를 요구하는 식으로 돈을 편취하는 신종피싱 범죄다.
짧게는 수일, 길게는 수개월간 메신저 등을 통해 피해자와 감정적 신뢰 관계를 구축한 뒤 택배 수령, 병원비 지불, 항공권 구매 등을 명목으로 특정계좌로의 입금을 유도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33세 한국계 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해 피해자에게 접근, 약 열흘 동안 감정적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본인이 투자하고 있는 쇼핑몰에 투자할 것을 권유해 피해금을 편취하는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수한 신분의 이상이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경우 진정성 있는 관계가 아닌 의도된 로맨스스캠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며 “특히 최초 접근 후 대면 만남을 거절하고 비대면 연락만 지속하는 경우 로맨스스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팀 미션사기는 847건으로 집계됐다. 메신저 등으로 접근한 뒤 무료체험단 후기 작성, 영화 예매, 영상시청 등 간단한 미션을 수행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미션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데, 그 이후 미션에 참여하려면 보증금, 투자금 등을 먼저 입금해야 한다고 유도하여 피해금을 편취하는 신종 사기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부업을 내세우며 미션수행을 위한 입금을 요구하는 것은 팀미션사기의 전형적인 패턴이므로 절대 입금해선 안 된다.
FIU는 지난 7일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제도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지난 6월 30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신종피싱 의심계좌 거래정지 제도’의 운영현황, 금융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범죄유형별 주요 피해사례와 대국민 행동요령, 신종피싱 거래정지 업무처리와 관련한 금융권 현장의 애로사항과 보완방안을 논의했다.
하주식 FIU 제도운영기획관은 “범죄사례 분석결과 전형적 수법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 발생하고 있어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hyu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