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관세 납부액 9000억원

재고 소진 인센티브 순증 4000억원

고부가 차종 생산차질로 믹스 2000억원 악화

“판매 목표 못 미칠 수도”

수익성 목표치는 유지

23일 서울 시내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연합]
23일 서울 시내 현대자동차 대리점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올해 2분기 관세와 인센티브, 부품사 화재에 따른 고부가가치 차종 생산 차질이라는 ‘삼중 부담’을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가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관련 규모만 단순 합산하면 관세 9000억원을 포함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3일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에 납부한 관세로 약 9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1분기에도 같은 규모의 관세를 납부해 상반기 누적 관세 부담은 약 1조8000억원에 이른다.

다만 하반기에는 관세 부담의 전년 대비 실적 영향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관세 납부액이 각각 약 1조8000억원, 1조5000억원에 달했던 만큼 이미 비교 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판매 경쟁 심화로 늘어난 인센티브도 수익성을 압박했다. 현대차는 차량 가격 인상 효과와 인센티브 증가분을 상계한 순수 인센티브 증가 영향이 약 4000억원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미국 IRA 폐지와 유럽 내 중국 전기차의 공격적인 시장 진입과 판매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확대했다”며 “하반기 신차 출시를 앞두고 노후화 모델 재고 소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집행했다”고 말했다.

부품사 화재는 생산량뿐 아니라 수익성이 높은 차종의 판매 구성까지 흔들었다. 국내 공장에 엔진 밸브를 공급하던 부품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제네시스와 팰리세이드 등 고부가 차종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현대차는 다른 차종을 대신 생산하고 대체 부품을 개발해 5월 중 공급을 정상화했지만, 고수익 차종 생산이 줄면서 차종·파워트레인 믹스가 악화됐다. 현대차는 이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영향을 약 2000억원으로 추산했다.

반대로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는 약 4000억원의 수익성 개선 효과를 냈다. 현대차의 2분기 하이브리드 판매는 18만8000대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고인 18.9%까지 올라갔다.

중동 전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재료 가격 상승도 실적에 부담을 줬다. 플라스틱을 비롯한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2분기 비용이 약 4000억원 증가했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뉴시스]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사옥 [뉴시스]

“연간 판매 목표 못 미칠 수도”…이익률 가이던스는 유지

현대차는 부품 공급 차질과 유럽 판매 부진으로 연간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언급했다. 다만 공식적으로 판매 가이던스를 수정한 것은 아니며, 하반기 생산 확대를 통해 최대한 차질 물량을 만회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지금 상황에서 연간 가이던스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전망치 등을 고려했을 때는 조금 못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점에서 연간 판매 목표 가이던스를 바꾸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8월 말 예정된 CEO 인베스터 데이 때 좀 더 정확한 숫자를 가지고 시장과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판매 목표 달성이 불투명해졌지만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인 6.3~7.3%는 유지한 것이다. 판매량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하이브리드와 제네시스 등 고부가 차종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1분기 5.5%였던 영업이익률이 2분기 5.8%로 올라온 만큼 하반기에도 개선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봤다. 이 부사장은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충분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4분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3’ 외관 [현대차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 3’ 외관 [현대차 제공]

유럽 판매 목표 달성 난항…아이오닉3 하반기 2만대 목표

유럽 시장에 대해서는 당초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했다. 유럽 2분기 도매 판매는 14만4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9% 감소했다. 코나와 투싼 등 기존 주력 차종의 노후화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공격적인 판매 확대가 동시에 영향을 미쳤다.

이 부사장은 “유럽의 지금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우리가 목표했던 것 대비 100% 달성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인 건 맞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하반기 유럽에 소형 전기차 아이오닉3를 출시하고 2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전기차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 경쟁력을 최우선에 두되, 원가 절감을 통해 수익성과 가격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설명이다.

다만 아이오닉3와 신형 투싼 등의 출시가 4분기와 연말에 집중돼 올해 판매량 회복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차를 연중 판매할 수 있는 내년부터 유럽 판매가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현대차는 예상했다.

전기차의 낮은 수익성도 과제로 꼽혔다.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 가격이 높아 같은 비율로 판매보증 충당부채를 설정해도 내연기관차보다 적립 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판매보증 충당부채는 보증기간 중 발생할 무상수리와 부품 교체 비용을 예상해 차량 판매 시점에 미리 비용으로 반영하는 항목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재제조와 부분 수리,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 ‘플레오스’를 활용한 무선 업데이트(OTA) 확대 등을 통해 전기차 품질 비용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 풋옵션 행사…주주환원은 8월 발표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 지분과 관련해서는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했다며 현대차그룹 각 계열사는 내부 절차에 따라 지분 인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부사장은 “소프트뱅크가 이달 초 풋옵션을 행사한 것은 맞다”며 “현재로서는 각 주주사가 신중하게 의사결정 중에 있어 추가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우선주와 보통주의 가격 격차를 줄이기 위한 우선주 매입도 지속한다. 올해 1분기 자사주 매입 당시에도 보통주보다 우선주를 20~25%가량 더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자사주 매입 규모와 향후 주주환원 정책은 8월 말 인베스터 데이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 2분기 전체 매출은 49조2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증가하며 역대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조8510억원으로 20.8%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7.5%에서 5.8%로 1.7%포인트 낮아졌다.

글로벌 도매 판매는 부품 공급 차질과 중동 판매 감소 등의 영향으로 6.9% 줄어든 99만2000대였다. 당기순이익은 2조8880억원으로 11.1% 감소했다. 현대차는 보통주와 우선주에 주당 2500원의 2분기 배당을 실시한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