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증 가시화

KB국민, KG이니시스와 인프라 강화

우리, 카드계열사·KICC 결제망 연계

은행, 카드·PG망 활용 사용처 확대

결제취소·환불 등 책임 구분은 과제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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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디지털화폐 실험인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증이 가시화하면서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사)의 참여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관리한다면 카드사와 PG사는 이미 구축된 가맹점·결제 인프라를 연결해 예금토큰을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카드·PG 인프라 활용…은행별 실증 준비 본격화=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은행은 카드사 및 PG사와 함께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거래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1단계에서 은행이 일부 가맹점과 제한적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2단계에서는 카드사와 PG사의 가맹점망을 활용해 사용처를 대폭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발행한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기반으로 시중은행이 예금토큰을 발행하고 이용자가 이를 지급결제에 활용하는 사업이다. 금융위원회는 15일 정례회의를 열고 2단계에 새로 참여하는 경남은행과 iM뱅크의 예금토큰 기반 지급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했다.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기존 참여은행 7곳에 대해서는 사용처 확대와 개인 간 송금 기능 추가 등을 반영해 지정 내용을 변경했다.

KB국민은행은 PG사인 KG이니시스와 손잡고 기존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가맹점이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도입하거나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지 않아도 예금토큰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또 KB국민은행은 연말 실거래 테스트를 목표로 KG이니시스 계열사 매장에서 예금토큰 결제 유스케이스를 구현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KG이니시스가 보유한 키오스크 결제망을 은행의 예금토큰 시스템에 연결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참여 은행들은 이 같은 내용을 실증 과제에 담아 한국은행에 제출했다. 신한은행도 당초 신한카드의 가맹점망을 예금토큰 결제에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현재는 카드사 보다 여행자 보험 등 보험사 서비스와 예금토큰 결제를 연결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나은행 또한 프로젝트 한강 2단계에서 PG사와의 협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카드와 한국정보통신(KICC)을 연결해 예금토큰 결제 사용처를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카드는 카드 가맹점망을, KICC는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제공하게 된다.

1단계에서 KICC와 협업했던 NH농협은행은 2단계에서 NH농협카드와 함께 PG사의 결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대국민 실거래와 국고금 업무추진비 실증 과정에서 소상공인 가맹점까지 사용처를 확대하려면 이용자에게 익숙한 카드 결제 방식과 온라인(PG), 오프라인(VAN) 인프라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카드·PG망 타고 사용처 확대…이해관계는 엇갈려=카드사와 PG사 인프라가 연결되면 은행이 개별 가맹점과 일일이 계약하지 않아도 기존 가맹점망을 활용해 사용처를 빠르게 넓힐 수 있다. 특정 은행이 확보한 가맹점을 해당 은행 고객만 이용하는 구조가 아니라 참여은행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설계된 점도 사용처 확대에 힘을 보탠다.

앞서 1단계에서는 NH농협은행이 하나로마트와 협력했지만 다른 참여은행 고객 역시 각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전자지갑을 통해 매장에서 예금토큰을 사용할 수 있었다. 2단계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 경우 은행별로 몇 곳의 PG사와 계약했는지보다 전체 결제망을 얼마나 폭넓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 PG사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예금토큰 사용 범위가 커진다”며 “이용자들은 거의 대부분의 사용처에서 결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결제 과정에서는 이용자가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전자지갑을 통해 예금토큰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PG사와 카드사가 결제 정보를 유통·정산하는 구조가 검토되고 있다. 예금토큰의 실질적인 발행과 보유·관리는 은행이 맡고, 카드사와 PG사는 기존 가맹점망을 활용해 결제 승인과 원화 정산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실증과 관련해 카드사와 PG사는 별도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지 않았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기존 법령상 허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거나 제한된 금융서비스를 일정한 기간이나 범위 내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예금토큰을 독립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맹점망과 결제·정산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인허가 범위에서 참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으로는 예금토큰 결제가 기존 카드 결제 시장을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과 카드사간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 계좌와 연계된 소비자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예금토큰이 직접 이전되는 구조가 정착되면 카드사의 결제·매입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향후 예금토큰 사용처가 확대되고 결제 취소나 부분 취소, 환불, 소비자 분쟁 등의 사례가 늘어나면 은행과 카드사·PG사 간 역할과 책임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이미 구축된 카드·PG 결제 인프라에 예금토큰을 어떻게 접목할지가 핵심”이라며 “앞으로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사용자가 늘어나면 실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고려해 참여기관의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예은 기자


kyo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