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타랩 정거장 미세중력 실험실 확보

백신·항체·치료제 우주 생산 추진

AI 제조 플랫폼 구축…ISS 실증 성공

스타랩 상업 우주정거장의모습 [스타랩 스페이스 홈페이지]
스타랩 상업 우주정거장의모습 [스타랩 스페이스 홈페이지]

지구 궤도 위에 떠 있는 상업용 우주정거장이 인류의 난치병을 치료할 차세대 ‘우주 제약 공장’으로 탈바꿈한다. 국내 우주 바이오 스타트업이 미래 우주 영토의 핵심 거점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며, 태동기에 접어든 글로벌 우주 의약품 제조 시장의 전면에 나섰다.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은 미국 스타랩 스페이스(Starlab Space LLC)와 우주정거장 내 탑재 공간 확보를 위한 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국내 민간기업이 오는 2030년 이후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차세대 상업용 민간 우주정거장에 자사의 연구·제조 플랫폼을 입점시키는 첫 사례다.

이번 협약은 한국 우주의학의 패러다임이 지상 연구의 연장선인 ‘우주 실험’ 수준에 머물지 않고, 우주 환경의 특성을 활용해 지구 환자들에게 공급할 고부가 가치 의약품을 궤도 위에서 직접 대량 생산·조제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이정표다.

스타랩은 에어버스, 미쓰비시상사, 팔란티어 등이 참여하는 글로벌 우주 합작 사업이다. 스페이스린텍은 이번 협약으로 스타랩 정거장 내에 미세중력 실험실 공간을 확보, 저궤도(LEO) 환경에서 AI 기반 우주의약 연구 및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가동할 방침이다.

우주 공간인 미세중력 환경은 지상과 달리 대류와 침강 현상이 없어 백신, 인슐린, 단클론 항체 등 생물학적 제제의 단백질을 오차 없이 완벽한 순도로 결정화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스페이스린텍은 이 환경에서 정밀해진 단백질 3차원 구조 정보를 바탕으로 희귀질환 및 암 치료 신약 개발의 기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구조 기반 신약 설계(SBDD) 플랫폼을 완성하고, 실제 고부가 가치 약물 생산까지 우주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번 거점에는 제한된 우주 자원 환경에서도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에 대응하는 ‘AI 기반 자율운용 기술(온디바이스 AI)’이 탑재된다. 이는 우주인의 개입을 최소화해 장기간 반복적인 의약품 제조를 가능케 하는 핵심 혁신 기술이다.

글로벌 우주의학 시장은 기술 선점 경쟁을 넘어 이미 ‘제도화’ 단계에 진입했다. 한국 역시 정부 주도의 파격적인 국책 과제 지원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스페이스린텍은 최근 보건복지부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의 우주의학 분야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총 90억원 규모의 단백질 결정화 신약 기술 검증을 수행 중이다.

기술적 실증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스페이스린텍은 이미 올해 초 ISS에서 우주인 개입을 최소화한 자동화 모듈 ‘BEE-PC1’을 통해 암 치료 표적 단백질(USP7)의 결정화 실험에 성공하고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 등과 지상 회수 데이터 정밀 분석에 착수했다.

회사는 올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추가 제약 실증(BEE-PC2)에 나서는 데 이어, 오는 9월에는 국내 기술로 쏘아 올릴 누리호 5차에 의약품 결정화 위성(BEE-1012)을 탑재해 우주로 보낸다. 발사, 운용, 귀환, 분석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우주 바이오 임무를 자력으로 수행하는 셈이다.

최은지 기자


silverpap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