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1심 유죄
檢제출 증거, 별건수사로 확보 위법
2심서 무죄로 뒤집혀…대법서 확정
불법 도박장 사건 수사 상황을 사건 관계인에게 알려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 2명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경찰관들이 수사 상황을 전달한 정황을 입증하기 위해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가 별건 수사 과정에서 위법하게 확보된 통화녹음 파일이라는 점을 문제삼은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판단했다.
16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와 B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5일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19년 7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 차려진 불법 도박장이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법원에 따르면 도박장 관리 심부름을 맡았던 C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해당 지역 경찰서 소속 경찰관 A씨에게 사건 진행 상황을 문의했다.
C씨는 A씨에게 당시 실제 도박장 운영자로 의심받던 D씨 대신 자신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는지, 도박장 개설 혐의가 아닌 도박장 개설방조 혐의로 처벌받을 방법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A씨는 “담당자에게 알아보겠다”고 한 뒤 사건 담당 경찰관 B씨를 찾아갔고, B씨는 A씨에게 수사기록을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A씨는 C씨에게 “사건 기록 사진을 봤다”는 등 수사기록에 포함된 증거물의 존재와 당시 C씨가 입건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라는 점을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2022년 재판에 넘겨졌다.
2023년 1심은 두 사람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A씨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B씨에게 금고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직무상 비밀을 엄수할 의무가 있는데도 수사기록상 주요 증거물의 존재와 관련자의 입건 여부를 사건 관계인(C씨)에게 알려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해 2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비밀누설 혐의가 불법 도박장 사건이 아니라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는 점을 지적하며 두 경찰관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검찰은 2022년 C씨를 영리 목적으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는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수사하면서 C씨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그런데 포렌식 과정에서 2019년 불법 도박장 사건 당시 C씨와 경찰관 A씨가 통화한 녹음파일 3개가 발견됐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경찰관들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수사해 기소했다.
2심은 해당 통화녹음 파일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세금계산서 사건과 무관한 통화녹음은 압수 대상이 될 수 없고, 검찰이 별건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가 끝난 뒤에도 휴대전화 복제본을 다시 탐색해 해당 녹음파일을 확보한 것은 위법한 압수수색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국 핵심 증거가 배제되면서 2심 재판부는 경찰관들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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