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일(현지시간)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2.6%로 0.9%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OECD의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폭은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한국이 가장 컸다. 그만큼 2년차를 맞은 이재명 정부의 향후 전망이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이다.
계엄과 탄핵의 혼돈을 딛고 출범한 새 정부는 한·미 관세협상과 중동 전쟁 등 메가톤급 충격을 견디며 좋은 성과를 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1.7%)은 선진국 중 선두권이고, 증시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떼어내고 시가총액이 세계 6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가총액 ‘톱10’에 진입하며 대한민국 경제사를 새로 썼다. OECD는 “반도체 수출이 성장과 민간투자를 계속 이끌고, 소비는 재정 정책에 힘입어 점진적인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국경제에 좋은 점수를 줬다.
그러나 명(明)이 있으면 암(暗)도 존재한다. OECD는 중동 전쟁 후폭풍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난 지속, 산업 현장의 쟁의 행위, 수출 제한 등을 한국 경제의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 등에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반도체발 무역 역조가 커지는 상황을 미국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한 셈이다. 미국의 억지성 공세를 방어할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초호황은 분명 축복이지만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난제를 불러오고 있다.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촉발한 ‘N% 성과급’이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을 넘어 플랫폼 경제로 확산되며 올해 노동계의 여름철 쟁의를 일컫는 하투(夏鬪)가 최악으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기업·공기업 노조의 기득권이 커질 수록 청년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피해와 박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경제는 중동 전쟁발 글로벌 유가 상승에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3고에 직면해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2024년 3월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고물가·고환율을 잡기위해 금리를 더 올리려해도 성장률 하락 우려가 발목을 잡아왔다. 그런데 역대급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 딜레마를 제거해주었다. 문제는 고금리가 가계빚에 시달리는 서민과 자영업·소상공인의 고통을 더 가중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성장의 과실은 고소득층에 집중되고 비용은 취약계층이 떠안는 K자 양극화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 산업과 노동, 자산시장의 구조개혁으로 반도체 호황이 장기성장으로 이어질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mhj@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