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싸고 푸짐하게.’ 공중파 방송의 맛집 소개 정석이다.
무한리필에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 소개가 주류다. 동태탕은 주로 찌그러진 양은냄비(빨래 삶는 용도 같다는 혹평이 있다)에 담겨 나와야 한다. 막걸리 역시 사기잔이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걸까. 바랜 알루미늄잔 일색이다.
많이 먹기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지만 결코 권장될 것은 못 된다. 건강을 해칠 염려가 있는 탓이다. 우리 경제사정이 다음 끼니가 걱정되는 상태에 있지도 않다.
국내 미슐랭 별점 식당들은 음식 못지 않게 그것을 담아내는 그룻 선택에 많은 고민을 한다고 한다. 요리의 품격이 표현되는 고도의 형식인 까닭이다. 콘텐츠와 잘 어울리는 이 격식은 맛을 배가시킨다. 조선백자를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광주요의 조태권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그릇은 음식의 표상이다. 고급 재료로 조리된 정갈한 음식은 품격 있는 그룻에 담길 때 빛을 발한다.”
우리 대중식당의 식기류는 플라스틱 일종인 멜라민이 장악했다. 물론 깨지지 않고 다루기도 쉽다. 낮은 서비스가격도 고려됐다.
그러나 서민음식이 있듯 궁중, 반가의 정찬문화도 엄연히 전해 내려온다. 조리의 비법과 절제된 양념으로 식자재 고유의 맛과 어울리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배불리 많이 먹는 행위도 지양된다.
정찬과 대중식이 결코 배척되는 관계에 있지도 않다. 구내식당이나 밥집을 자주 이용하지만 누구나 고급 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 교정된 인식을 갖게 된다. ‘서민적이어야 옳다’는 프레임 같은 것이다. 또는 좀처럼 떨쳐지지 않는 아교질 굴레다. 맛집 방송에 유독 이 프레임을 들이댄다.
대체 언제까지 ‘싸고 양 많이’만 고집할 것인가. 양적으론 풍부한데도 정신적 허기 같은 게 남는다.
한식 정찬도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고급 문화의 감동과 여운은 깊고도 넓다.
특히나 한식의 장점은 고객을 풍부한 경험의 세계로 이끈다는 점이다. 자신의 기호에 맞춰 맛을 완성한다는 점이 서양인들의 호평을 받는다고 한다. 고객도 조리과정에 참여하는 셈이 된다. 한식의 경험과 품격을 높이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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