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이 끝나고 휴가차 일본에 갔다. 도착해 TV를 켜니 마침 일본 국가대표 선수단의 기자회견이 중계됐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금메달 12개, 은 8개, 동 21개로 종합 6위에 오르며 3위 중국과 8위 한국 사이에 자리했다. 유도와 여자 레슬링 등 전통적 효자 종목 외에 육상·체조·수영 등 기초 종목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을 냈다. 지난해 5월 2020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스포츠청’을 신설하고 엘리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예산을 74억엔(약 827억원)에서 103억엔(약 1150억원)으로 증액한 효과를 봤다. 충분히 자랑할 만한 성과인데도 기자회견 분위기나 이를 전하는 방송은 그리 호들갑스럽지 않았다. 이보다 매년 여름 열리는 전국고교 종합체육대회 수영 경기 중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리우에서 곧 개막될 패럴림픽 특집 방송도 꽤 비중있게 다뤘다.
개인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인상깊은 메달을 꼽으라면 단연 일본 남자 육상팀의 400m 계주 은메달이다. 일본은 400m 계주 결선에서 37초60으로 자메이카(37초27)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아시아 신기록이자 아시아 최초 육상 계주 은메달이다. 우사인 볼트와 마이클 펠프스가 땅 위에서, 물 속에서 많은 금메달을 캤지만, 일본 계주의 은메달 장면 만큼 충격적이거나 소름돋지 않았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일본이 언제 저 수준까지 올라갔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아마가타 료타(10초05), 이즈카 쇼타(10초22), 기류 요시히데(10초01), 아사카 캠브리지(10초10)는 모두 100m 개인 최고 기록이 10초대이지만, 최적화된 바통 전달 기술(언더핸드 패스)을 연마해 기록을 줄이고 또 줄였다. 메달을 따내고 환호하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공교롭게도 2년 후엔 한국에서, 4년 뒤엔 일본에서 겨울과 여름 올림픽이 차례로 열린다.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공동 개최한 두 나라에 다시 세계인들의 시선이 쏠린다. 어쩔 수 없이 한국과 일본은 또다시 비교되고 평가받는 운명이 됐다.
리우올림픽에서 보여준 일본의 행보는,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향해 차분히, 또박또박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30년간 탄탄하게 닦아 놓은 생활체육의 저변 위에 엘리트 스포츠의 탑이 견고하게 쌓아 올려지고 있었다. 리우의 성과는 첫번째 열매에 불과하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어떨까. 경기장 인프라와 좋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콘텐츠다. 후대에 물려줄 올림픽 유산과 세밀한 콘텐츠, 풍성한 스토리가 만들어지느냐의 문제다.
리우에서도 확인했듯이 사람들은 이제 메달과 상관없는 장면에서 환호하고 분노한다. 만리장성을 흔든 탁구의 정영식과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태권도 이대훈에게 감동했다. ‘찌개협회’ ‘햇반연맹’이라는 오명을 쓴 배구협회와 육상연맹의 부실한 지원에 분개했다. 순식간에 지지율을 60% 이상 끌어올린 아베 총리의 ‘슈퍼 마리오’ 변신으로 도쿄올림픽의 스토리는 벌써 시작됐다. 평창의 콘텐츠는 많이 늦은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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