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보드게임, 밤에는 포커…도박장 직접 가보니
-회원제 운영에 현금 없이 인터넷으로 환전하기도
-실제 돈을 거는 순간 불법 도박에 해당돼 주의 필요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대학생 송모(28) 씨는 요즘 저녁마다 이른바 ‘보드방’을 찾는다. 술을 마시면서 지인들과 간단한 게임까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송 씨는 저녁이 되면 보드방의 종목이 바뀐다고 귀띔했다. 밤이 되면 보드방에서 ‘텍사스 홀덤’이나 ‘블랙잭’ 같은 카드게임을 주로 한다는 것이다. 송 씨는 “조금 어렵기는 해도 실제 돈을 걸 수도 있다”며 “흔히 말하는 전문 도박장은 아니어도 이곳을 즐기는 사람 중에 돈을 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송 씨가 즐긴다는 보드방은 엄연한 불법 도박 시설이다.
실제로 불법 도박이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드방에 직접 찾아갔다. 최근 송 씨와 함께 찾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보드방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조그만 간판에 보드게임이라는 네 글자만 적혀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일반 보드게임방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졌다. 이중문 사이로 가게 주인이 먼저 “회원이 맞냐”고 물어왔다. 송 씨가 회원카드를 건네고 나서야 보드방의 문이 열렸다.
보드방 안에서는 천으로 된 칸막이를 두고 20명가량이 각자 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회원들은 이따금 보드방 한편에 있는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뱅킹을 하기도 했다. 송 씨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해 가게가 안내해주는 계좌에 입금하기 시작했다. 20만원을 입금하자 빨간색 칩이 담긴 상자를 종업원이 건네줬다. 칩을 다시 교환할 때도 현금 교환 없이 인터넷 뱅킹을 이용했다. 회원이 아닌 경우에는 환전조차 불가능했다.
게임은 일명 ‘텍사스 홀덤’이라는 게임으로, 5장의 카드를 이용해 가장 높은 배열의 카드를 완성하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다. 배팅 액수의 제한이 없고 사행성이 높아 카지노에서도 많이 운영되는 종목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카드에 쓰인 숫자의 합을 계산하는 ‘블랙잭’ 등의 게임이 보드방 안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송 씨와 함께 블랙잭 테이블에 앉자마자 딜러 차림의 종업원이 수수료를 요구했다. 5000원가량의 테이블 수수료 뿐만 아니라 게임마다 1000원, 배팅 금액이 올라가면 다시 1000원을 요구했다. 딜러는 손님이 따더라도 10% 수수료를 챙겼다.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참가자들 역시 칩으로 수수료를 내며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딜러는 “게임방 운영을 위해 술 뿐만 아니라 테이블 이용료를 따로 받고 있다”며 “홀덤 테이블은 수수료가 더 높다”고 했다.
테이블에 앉은 손님들 대부분은 십여 분만에 가진 칩을 모두 잃었다. 일부 손님은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칩을 구매하기도 했다. 환전이 불법인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송 씨는 “재미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술을 마시면서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이곳 말고도 근방에 보드방이 3~4군데 더 있다”며 “포커가 가능한 곳은 ‘보드방’, 일반 보드게임만 하는 곳은 ‘보드게임방’이라고 나눠서 부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강남 한복판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위장한 불법 도박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홀덤바’ 또는 ‘보드방’이라고 불리는 불법 도박장 광고가 버젓이 게재돼 있다. 지난 4월에도 보드게임 카페로 위장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던 박모(29) 씨 등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남 일대에 보드게임방을 가장한 불법 도박장이 많아 꾸준히 단속 중”이라며 “자주 점포를 옮기고 수법이 치밀해져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지인들과 재미삼아 하더라도 돈을 걸고 카드게임을 하는 순간 불법이 된다고 지적했다. 김태형 변호사는 “실제 돈을 걸지 않고 건전하게 이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인과의 카드게임도 돈을 걸기 시작하면 문제가 된다”며 “게임을 통해 얻은 칩이나 사이버 머니를 다시 현금으로 환전하면 불법에 해당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