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적기 놓치고 3억9천만 원 투입에도 효과 미미…“세금 낭비 현장” 주민 한탄
늦은 계획과 착수로 시민 신뢰 훼손
[헤럴드경제(대구·경북)=김성권 기자] 경북 영주시 풍기면 산자락, 오후 햇살이 덩굴 사이로 비치자 촘촘히 얽힌 가시박의 가시가 반짝였다.
발을 디딜 때마다 덩굴이 발목을 감싸고, 바람에 흩날리는 작은 씨앗이 주변 토양 위로 쏟아진다. 여름철 적기에 방제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을 씨앗들이다.
“정말 허탈합니다. 여름 초반에만 해도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는데, 이제 와서 뭘 하겠다는 건지…”
봉현면에서 온 주민 김모 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주민들은 이미 번식한 가시박을 바라보며 행정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못했다.
영주시는 올해 총 3억9000여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가시박 제거 사업을 시작했지만, 계획과 착수 모두 늦었다.
1구역 평은·문수·장수면·가흥1동, 2구역 아산면·상망동, 3구역 단산·부석면, 4구역 안정·봉현면·풍기읍·순흥면 등 구역별로 전문업체가 투입되었으나, 이미 퍼진 가시박 제거는 ‘눈요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작업 인력들이 덩굴을 자르고 모아두는 모습이 보였지만, 씨앗이 이미 흩뿌려진 터라 토종 식물 보호에는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시박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덩굴성 한해살이 식물로, 뿌리가 강하고 번식력이 뛰어나 토종 식물을 말살하고 산림 생태계를 뒤흔들 수 있다.
영주시 관계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강화로 업체 안전성 평가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변명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환경단체 한 관계자는 “법적 제약이 있어도 최적 시기를 놓치면 사업 자체의 의미가 없어진다. 행정 기본책임을 다하지 않은 셈”이라고 꼬집었다.
작업 현장을 지나던 주민들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세금 낭비 현장’이라는 한탄을 쏟아냈다.
“눈으로만 치우는 것 같아요. 벌써 씨앗은 퍼졌는데…” 현장 목소리는 냉담했다.
이번 가시박 제거 사업은 단순한 환경정비를 넘어, 행정 신뢰를 시험하는 사건으로 남았다.
영주시는 늦은 마무리로 면피하려 하기보다, 향후 효과적 방제 전략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 급선무다.
ks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