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움직임과 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고초를 겪은 여행주와 철강주가 뜻밖의 우군을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대표적인 ‘원화강세 수혜주’인 이들 업종이 간만에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사드 이겨낸 여행株, ‘꽃길’ 걸을까=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95.4원(종가)을 기록하며 지난해 5월22일(1090.1원) 이후 1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감이 희석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투자 심리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080원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8일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후 역풍을 맞은 여행주는 원화강세를 통한 재기를 꿈꾸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 하락은 해외여행 비용부담 감소로 이어지면서 여행 수요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여행주엔 호재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유사한 사례를 들어 여행주가 사드에 따른 ‘피해’보다는 환율에 따른 ‘덕’을 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012년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를 두고 중일 관계가 악화됐을 당시 일본 방문 중국인 관광객 감소는 5~6개월 정도에 그쳤고 오히려 2013년 하반기부터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다”며 “정치적 이슈는 단기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 참좋은레져, 레드캡투어 등 5개 주요 여행주는 이달 들어 지난달의 하락폭을 만회하고 있다.

이중 모두투어와 참좋은레져의 주가는 사드 배치 결정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두 종목은 이달에만 각각 6.92%, 4.82% 올랐다.

유성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1100원선 아래로 떨어진 10일 주요 여행주가 일제히 상승한 것을 보면 사드에 따른 여파도 우려했던 수준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원화 강세 분위기는 해외 출국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여행주에 대한 투자심리 또한 개선시킬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원화 강세는 아웃바운드(Outboundㆍ한국 관광객의 해외 여행)에 긍정적인 만큼 여행주 내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 연구원은 “여행주는 현재 바닥권이어서 심리상 부담없는 매매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원화 강세는 여행 업체의 사업 중에서도 아웃바운드 사업에 긍정적인 만큼 ‘본업’에 충실한 업체를 눈 여겨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철강株도 재기 가능성 노린다=최근 미국 상무부가 한국산 냉연강판에 반덤핑 관세와 상계(相計)관세를 매기기로 결정하면서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던 철강 관련주도 원화강세에 힘입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석탄, 철광석 등 원재료 수입 비중이 높은 철강주의 경우 원화강세가 나타나면 그만큼 수입단가가 낮아져 수혜가 보게 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대표 철강주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0.3%, 0.9% 감소한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할 경우 가격 조정 요소를 제외하곤 그만큼 이익을 보게 되는 구조다.

다만 철강주의 경우 업체에 따라 원화강세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강 대장주인 포스코(POSCO)의 경우 수출 비중이 전체 판매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그만큼 원화로 환산한 매출액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의 경우 수출 비중이 높아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 영업적인 측면에서는 마이너스”라며 “반대로 원화로 환산한 달러부채가 감소하게 되면 회계 장부상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장단점이 두루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수출 비중이 포스코보다 낮은 현대제철(약 20%)의 경우 상대적으로 원화강세의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 연구원은 “원화강세가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단편적으로 계산하기는 어렵지만 이에 따른 순이익 플러스 효과는 현대제철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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