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이어 현직까지 번진 분식회계 수사
금융당국, 논란속 정상기업 분류 불구
자금조달길 막혀 5조3000억 자구안 이행 차질
이번주 삼일회계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서 ‘의견거절’ 가능성도
의견거절시 관리종목 지정
‘첩첩산중’…험난한 회생 여정 예고
[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검찰의 분식회계 수사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선에서 뛰며 한창 돈을 끌어오고 기업공개를 준비해야 할 최고 재무관리자(CFO), 노조 및 외부와 협상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할 최고경영자(CEO)들이 검찰 수사에 손발이 묶이면서 자금조달에 차질이 예상되면서다.
10일 채권단과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5일과 6일 이틀에 걸쳐 대우조선의 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열중 부사장을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김 부사장에 대해 이번주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여부를 두고 검토중이다. 검찰은 또 다음주 중 정성립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향한 검찰 수사가 현 경영진에게까지 번지면서 대우조선의 정상화를 지원중인 금융당국과 채권단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자칫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차질이 빚어질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두달전 대우조선해양의 추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작년 10월 마련한 1조8500억원 규모에다 3조4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총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실행해 지난 3년간 수주액의 40~50%정도의 수주만 한다해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게 이들의 자평이다. 그 이하로 수주가 내려갈 경우를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도 수립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도 계속해서 돌아오는 채권 만기를 막아가며, 기업공개를 통해 자금이 모였을때나 가능한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9월9일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온다. 이의 상환을 위해 최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직접 해외 발주사를 찾아 약 5300억원의 선박 건조대금을 미리 받기로 하면서 급한 불은 껐다. 자금은 어음 만기 전인 8월 말과 9월 초에 입금될 예정이다.
하지만 9월 만기를 막더라도 대우조선해양은 내년에 또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그 이듬해인 2018년에도 3500억원, 2019년에는 600억원 규모의 만기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분기마다 약 2000억원 규모의 인건비도 지출해야 한다.
이같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우조선은 방산분야를 자회사로 분사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담당해야할 김열중 CFO가 검찰에 구속될 경우 IPO 일정이 연기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의 신뢰 상실로 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마찰을 빚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 사장이 해야할 역할도 많다. 우선 1조1000억원 규모의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인 소난골 프로젝트 인도를 성사시켜야만 한다.
이 프로젝트의 성사 없이는 내년 돌아올 회사채 만기를 막기 어려워진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마찰을 빚고 있는 노조와의 관계풀이도 정 사장의 몫이다. 정 사장은 선박 건조계약식에 노조위원장 초청하는 등 노조와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중이고 노조측의 평가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 사장이 회계사기 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정상화 프로그램의 추진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법정관리→청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최근 해외 발주사로 부터 선박건조대금을 미리 받아오는 등 정 사장이 열심히 뛰어다니며 성과를 내고 있는데 검찰 조사로 정상화 계획이 제대로 될까 하는 생각이 든다”먀 “비리는 명명백백히 밝혀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맞지만 하필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 시켜나가는 이 시기에 검찰 수사가 겹쳐 정상화에 지장을 받게 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속앓이를 하는 것은 대우조선 생존계획이 실패할 경우 5만여명에 달하는 대우조선의 인력고용효과(협력업체등 포함)가 상실되면서 경제 전체에 미칠 파장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과 관련된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김열중 부사장을 수사하며 1200억원 회계조작 이유가 거래소 관리 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관리종목 지정과 은행 지원 여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관리종목이 지정되면 지원이 안되고, 관리종목 지정이 안되면 지원이 되는 그런 구조가 아니어서 회계조작 할 이유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부사장을 옹호했다.
한편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 삼일회계법인이 이번주 반기보고서 검토의견을 내놓는다.삼일측은 이 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견이 거절되면 대우조선해양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까지 6년간 딜로이트안진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올해 1분기부터 삼일회계법인이 지정감사를 맡았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상장폐지 사유가 되는 사업보고서 감사의견 거절과 달리 반기검토 의견은 거절돼도 관리종목에만 지정된다”며 “현 경영진으로까지 분식 의혹이 확대되는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혼재된 상황에서 삼일이 어떤 의견을 낼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식회계 문제로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권 지원이 얼어붙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관리종목은 영업실적 악화 등 부실이 커져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될 우려가 있는 종목을 말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실질심사가 마무리되는 오는 2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