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급증에 공조시장 폭발적 성장
2030년 140조 먹거리 겨냥한 M&A 단행
시스템에어컨 중심이었던 공조사업 ‘단비’
美 이어 유럽 공략…종합 공조회사 발돋움

![삼성전자가 3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냉난방공조 전시회 ‘ISH 2025’에서 선보인 B2B 전용 통합 연결 플랫폼 ‘스마트싱스 프로’(위쪽). 독일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가 영국 미드랜드 데이터센터에 구축한 냉방공조시스템 [삼성전자·플랙트 홈페이지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14/news-p.v1.20250514.20952cd7053f4c03aa2c0568baa6ceb9_P1.jpg)
삼성전자가 2030년 14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냉난방공조(HVA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조(兆)단위의 글로벌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8년 만에 조 단위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HVAC를 점찍은 배경엔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의 급성장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열을 내뿜으면서 이를 식혀줄 대형 냉각설비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AI 서비스 확대로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구축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는 공조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EU)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친환경 에너지 규제를 강화하면서 냉난방효율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유럽 공조기기 업체 플랙트그룹(이하 플랙트) 인수가 현지 시장에서의 성장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리스크로 전통 가전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B2B 사업으로 분류되는 냉난방공조 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돼 향후 실적 변동성을 줄여줄 ‘안전판’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미래 신사업 진출의 축은 로봇, 오디오, 전장에 이어 AI 열풍을 배경으로 한 HVAC까지 다변화되고 있다.
▶140조 먹거리 공조, 데이터센터 업고 폭발적 성장=1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독일 플랙트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총 15억 유로다. 우리 돈으로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북미 공조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1년 만에 무대를 유럽으로 옮겨 2조원이 넘는 대규모 M&A를 단행하면서 공조 시장에서 본격적인 ‘몸집 불리기’에 나선 모습이다.
공항과 쇼핑몰, 공장 등 대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2024년 610억달러(약 86조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약 140조원)로 연평균 8%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달러(약 62조원)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공조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데이터센터가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생성형 AI를 비롯해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시장의 확대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데이터센터용 공조기기는 글로벌 고객사에 대한 공급 경험과 함께 최적의 설계 노하우와 설루션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플랙트는 다양한 설치 환경과 고객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제품과 설루션을 제공하며 경험을 축적해왔다.또한, 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전문 기술 인력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평가된다.
▶시스템에어컨 중심이었던 삼성, 종합 공조회사 도약 발판 마련=삼성전자는 특히 다수의 데이터센터에 공조기기를 공급한 이력이 있는 플랙트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
플랙트는 현재 65개국의 가정과 사무실, 학교, 병원, 데이터센터 등에 중앙 공조제품과 설루션을 공급하며 연간 7억유로(약 1조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영국 사우스웨스트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영국 미드랜드 데이터센터 ▷네델란드 UMCG 대학병원 데이터센터 ▷영국 마이크로소프트 더블린 캠퍼스 ▷이탈리아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아랍에미리트(UAE) 힐튼호텔 등이 플랙트의 공조기기를 택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기존 가정용·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중심의 ‘개별 공조’에 더해 공항·쇼핑몰·공장 등 대형시설 대상의 ‘중앙 공조’까지 품으며 종합 HVAC 회사로 거듭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삼성전자의 냉난방공조 매출은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가 보유한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 ‘b.IoT’와 ‘스마트싱스’에 플랙트의 공조 제어설루션 ‘플랙트엣지’를 결합하면 사업 안정성 강화와 유지보수 사업 확대 등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AI, 소프트웨어, 스마트폰, 반도체 분야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AI 라이프 설루션과 연결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신성장 분야, 미래 기술 분야 등 혁신을 할 수 있는 영역을 중심으로 M&A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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